K형, 다시 가슴 설레는 4월이 왔습니다. 도시의 가로수에도 벌써 벚꽂이 흐드러지게 피는 등 봄의 만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문득 형과 함께 박목월의 시 '4월'의 '이름모를 항구'이듯 아련한 심정으로 동해안의 작은 어촌을 찾아가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나 이 봄 이제 우리는 동해안의 어느 항구를 낭만과 시심에 젖어 찾아갈 수 없을 듯 합니다. 한·일 어업 협상 실패로 동해안의 항구들은 어민들의 한숨에 젖어 있습니다.
형은 이제 제법 중산층에 낄 정도로 안정적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재벌 회사들이 그런 추세에 있듯 이제 연봉제 시행으로 이곳 대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서울에서는 마침내 '경기의 봄'이 활짝 다가온 듯 합니다. 증권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 등의 매출도 IMF 이전을 방불,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온듯 소비심리가 회복됐다고 들립니다.
봄은 왔으되 아직 찬바람
그러나 이 대구 지역은 봄은 왔으되 아직 찬 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행여 형이 고향인 이 대구·경북 지역도 이 나라의 중심부인 서울과 똑같이 소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의 한 장소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며칠전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분있는 한 가정주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큰 마음 먹고 가게에서 토마토 3개를 3천원에 샀습니다. 어디 다락같이 안 오른 것이 없지만 어린 자식에게 탐스럽고 싱싱한 과일을 먹이고 싶은 심정이야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똑같은 심정이 아니겠습니까.
집에 돌아온 그녀는 본인은 아까워 먹지도 못했습니다. 한 개를 둘로 나눠 반 쪽만 먹이고 나머지 반 쪽은 나중에 주기 위해 식탁의 한 귀퉁이에 조심스레 모셔 놓았습니다.
이것이 이 집만의 일일까요. 상당수 가정의 공통된 정서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대구라 할 것 없이 서울이 아닌 지역의 다수 시민층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민심이라면 민심이 아닐까요.
지난 3·30 재·보선을 전후해 일 때문에 택시를 여러 차례 탄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탄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투표율이 36.2%로 유례없이 저조한 데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기사는 "누가 투표하겠는가"라며 자조섞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선거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DJ와 JP등 공동 정권도 믿을 수 없고 그렇다고 한나라당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는 환란극복 노력 등으로 DJ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국민연금제, 한·일 어업협상등 여러 사안에서 정책적 실패를 거듭해 인기조사를 하면 급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현 정치, 나아가 현 정권에 대한 하나의 심판의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민심이 떠났다는 무서운 진실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선거 탈·불법에 따른 무관심과 냉소만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민심 떠난 저조한 투표율
최근의 상황은 또 어떻습니까. 그렇게 외쳐온 '빅딜'등 구조 조정 결과 5대 재벌의 빚은 오히려 14조원이나 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말만 개혁이지 현실은 엄연하게 '반개혁'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벌은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는 중에 실업자들은 계속 쏟아져 암담하게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혁을 부르짖는 현 정권의 결과물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경제 회생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에 기초해서는 일거에 또 다시 사상누각이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K형, 고통받는 다수를 보듬을 때 진정한 개혁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모든 부문에 있어서의 기득권의 고통분담 노력 등 뼈아픈 실천이 있을 때 '잔인한 4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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