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관.지사.경찰서장 집 털었다"

김성훈 농림부장관, 유종근 전북지사 등 사회지도급 인사의 집이 최근 잇따라 털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으며 경찰이 이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절도범이 '사건이 축소됐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한나라당 안양시 만안지구당 위원장 앞으로 보낸데 이어 15일 한나라당이 보낸 변호사들과의 접견에서 고위공직자 집을 더 털었다고 주장,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진정서를 보낸 사람은 상습적인 강.절도짓을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지난달 16일 인천부평경찰서에 붙잡힌 김강용(32.무직.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씨로 현재 인천구치소에 구속수감 중이다.

김씨는 지난 13일 한나라당에 보낸 진정서에서 '지난달초 서울 양천구 목동의 유지사 자택 장롱에서 미화 12만달러, 현금 3천200만원, 진주반지 등 모두 1억9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으나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현금 3천200만원만 훔친 것으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또 '3월 1일 배경환 안양경찰서장 관사인 아파트에 침입, 김치냉장고에서 선거자금으로 보이는 현금 5천800만원, 서울 강남의 김장관 집에서 재물과 그림 등 고액의 금품을 각각 절취한 사실을 밝혔지만 이 역시 축소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이날 한나라당 변호사들에게 김장관의 집에서 훔친 그림 2점은 운보 김기창 화백과 남농 허건의 작품이며 그중 수억원 상당의 운보의 그림을 8천만원에 처분했다고 말해 '도난당한 그림이 값싼 것들이었다'는 김장관측 해명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유 지사는 현금 4천만원을, 배 서장은 현금 800만원을 도난당했다고 도난 직후 각각 경찰에 신고했으며 김 장관은 도난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 변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씨는 또 '지난해 여름 수원경찰서장 집에 들어가 도자기 안에 봉투와 함께 들어있던 현금 800만원을 털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당시 도난사건이 발생한 곳은 용인경찰서장 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이 피해 금액을 축소하기 위해 협박과 함께 10여 차례 고기와 술을 대접하며 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고위층 절도사건의 축소.은폐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김씨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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