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방문을 계기로 안동으로 몰려 드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 이색 명소가 있다. 이른바 옥야시장(안동신시장).
재래시장이 속속 사라져 가는 요즘 안동 신시장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만물상이 모여 색다른 볼거리와 시끌벅적하고 질펀한 우리 재래시장 본래의 모습과 향수로 이방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동시 옥야동 중심가(7천548평)에 417개 점포로 형성된 안동신시장의 개장 역사는 53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장이 섰다'는 전력은 생략하고 지난 46년 경북도의 상설시장 허가로 시장이 들어선 후 74년 상설시장이 폐지되고 상인들이 시장터를 불하 받아 점포를 지어 오늘의 시장을 형성한 것.
세련된 현대식 매장이 있는가 하면 판자와 천막으로 얽은 누더기 같은 점포도 있다. 상가 사이의 도로에는 어지럽게 비치 파라솔이 서 있고 온갖 좌판 행상들이 차지 하고 앉아 두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지만 누구도 불편을 말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물건을 고르고 장꾼들은 열심히 물건을 팔 뿐.
시장의 관문인 남쪽 입구에 들면 비릿한 생선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 간잽이(염장을 금방한 찌지 않은) 간고등어 사소" 그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 총판장이 여기다. 연이어 붙어있는 '문어골'. 전국 문어시장 중 거래규모(연간 50억)가 으뜸이라는 이곳에는 동해에서 갓 잡아와 삶아 낸 싱싱한 문어가 좌판이 비좁도록 쌓여 있다.
안동사람들은 각종 잔치와 제사상에 문어를 올리지 않으면 상차림이 엉망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전라도 사람들의 홍어격이라고 치면 틀림이 없다. 생선가게의 상어 돔배기(상어 고기를 토막쳐 놓은 것)도 문어에 버금가는 빠지지 않는 명물.
어물전을 우측으로 돌아가면 처음 보는 사람이면 섬뜩한 광경을 볼수 있다. '신시장 보신탕골목'. 70m 남짓한 골목, 식당가 좌판에 혀를 빼 물고 있는 소머리 돼지머리가 널부러져 있다.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며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안동 사람들과 특히 시장사람들은 생활문화적인 측면으로 이해하고 즐겨 찾는다. 시장기를 쫓으려는 사람들, 별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식당에 들면 주인은 주문도 듣지 않고 소머리 국밥을 말고 돼지고기 수육 접시를 내놓는다. 그만큼 단골 손님이 많은 곳이다.
시장 북편 입구부터 중앙까지 길 한폭판에 자리를 튼 야채행상도 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얼굴이다. 젊은 나이라야 50대 후반인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중간상으로 부터 물건을 받거나 집앞 텃밭에서 거둔 배추, 토란, 고사리, 양파, 풋고추를 판다.
1백-2백원 깎자는 실랑이도 있고 콩나물 몇 줌을 팔면서 원래 가격보다 많은 우수를 얹어 주는 넉넉한 인심도 있는 곳이다. 도라지 밭둑에서 쑥을 뜯어 팔아 모은 5천원을 손주 용돈으로 주겠다는 박필복(77)할머니의 웃음이 야채시장 그 자체의 모습이다.
서편 입구에는 40년된 옛날 벙어리 찰떡집이 시장 손님을 맞는다. 옛날 이집에서 일하던 떡매꾼이 벙어리여서 벙어리 찰떡집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다. 아직도 떡매로 떡을 쳐 만든 인절미며 거기에 콩과 수수 고물을 붙여 만든 찰떡을 파는데 장보기로 허기를 느낀 아낙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 옆은 육질 좋기로 이름난 안동황우촌 식육점을 비롯한 여러개 식육점이 정육을 판다. 동편은 건과류와 고추, 포목, 가구점이 자리잡고 있다. 품목상 재래시장의 맛은 그다지 풍기지 않지만 같은 품목의 경북북부지역 상권 50% 정도를 잡고 있는 대상들. 시장사람들 조차도 이곳 주인들을 '알부자'라고 한다.
생필품이 없는 것 없이 구색을 갖췄고 값도 싸 신시장은 경북북부지역 주민들이 연신 몰린다. 명절 대목장 때면 1천여명의 장꾼에다 10만의 고객이 몰린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떠돌이 행상까지 가세해 주변도로의 차량통행이 마비될 정도. 공산품이나 어물 일부를 제외하면 물건의 산지는 영양, 청송, 봉화, 예천, 문경 등 대부분 경북북부지역.
그래서 신시장은 이곳사람들의 삶의 실체가 숨쉬는 곳이다.시장이 이렇게 걸쭉한 판이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재미삼아 장구경을 오게되고 매스컴 종사자나 사진작가들은 일거리를 찾아서 몰린다.
이런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시장은 더욱 유명세를 타고 최근 안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전통문화 유적지와는 또다른 별스러움을 보기 위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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