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국식과 미국식

국민의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앞두고 능력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후 미국 뉴욕대학 교수로 있던 장영식씨를 한전사장으로 발탁했다.

비록 김대중대통령과 외척관계가 있고 현 국민회의 장재식의원의 친형이어서 인척관계에 문제가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인물로서는 모자람이 없는 인선이었다.

본인도 전력분야에서는 "내가 최고 권위자"라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그 전력분야 최고권위자가 임기를 2년1개월이나 앞두고 중도하차했다. 보통 주주중심의 미국식 경영은 이익을 위해서는 피눈물도 없다고 해서 냉혈(크루얼)자본주의라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 등 동양식은 소비자나 근로자 등 주변인물과의 인정과 의리를 중시한다고 해서 정실(크로니)자본주의라고 칭하고 있다.

장사장은 지난주 단행된 인사에서 정치권의 청탁을 일절 배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평소 한전과의 거래기업 선정과정에서도 정치권은 물론 이익집단과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만약 이것도 사장경질의 한 요인이었다면 이는 미국식의 엄정한 경영마인드가 한국식 적당주의 즉 나쁜 의미의 아시아적 가치에 밀려난 것이 된다.

그외 사임배경으로는 '조직내 불화설'이 있다. 평양화력발전소 건립 문제나 평소 대통령과의 인척관계 강조 그리고 조직.인사관리에서의 돌출행동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지난해 경영성적평가 1위에 최우수 구조조정 공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확실하다. 결국 이를 종합해 보면 한국적 현실에 안맞는 '눈치없는 개혁'으로 물러났다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면 이는 비극이다. 누가 말썽없는 '적당한 개혁'을 하려하지 소신있는 '말많은 개혁'을 하려 할 것인가. 개혁의 성공사례인 영국의 대처총리개혁에는 폭동까지 일어났었다.

〈서상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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