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 대동은행 벤처빌딩 어떨까

대구지역에 벤처의 성장 토대가 갖춰졌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지역 경제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벤처도시의 잠재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것은 지역이 지금껏 배출한 우수 인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 전자기술 고급인력의 20%를 배출, 명실상부한 전자산업의 두뇌 양성소 역할을 해 왔다. 동시에 이들 인력을 지역경제 발전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고향을 떠났던 인재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귀향세력들의 주축이 40대이고 보면 준비된 벤처도시로의 필연적 'U-턴'이라기 보다 회귀본능이라 보는 편이 옳다. '집 나간' 인재들을 맞이하기에 대구는 아직 기반시설이 미약하다. 지역 대학내 창업보육센터는 만원사례를 빚고 있고, 생산시설이 필요한 벤처기업들은 공장을 못찾아 이주를 늦추고 있다.

옛 대동은행 본점을 인수하려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준비된 인텔리전트 빌딩에 지원시설과 벤처시장, 기업을 유치해 대구에서 벤처를 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대구테크노파크 박기현 정책기획실장은 "지역의 역량이 성장할 때까지 기술, 인재,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위한 적절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지역 벤처기업을 보육기관에 유치하는 단계를 넘어서 민(民).관(官).학(學)이 능동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벤처자원을 능동적으로 '사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 현실과 산업구조, 장기 전망을 토대로 지역의 경쟁력있는 특화벤처는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및 시스템을 다루는 '인포트로닉스(Info-tronics)', 자동차, 반도체장비, 섬유기기, 환경설비와 관련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분자생물공학, 생명공학, 의료전자산업을 다루는 '바이오닉스(Bio-nics)'가 그것이다.

대구·경북지역내 대학부설 및 기업체부설 연구소는 195곳. 기술력은 충분하다. 자금조달에서도 지역은 한걸음 앞선다. 지역 최초로 공공벤처펀드가 조성됐고 민간 벤처투자모임인 '미래엔젤'의 활동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벤처후견인제도를 통한 걸음마단계의 벤처 육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은 문제는 옛 대동은행 본점 인수를 통한 벤처 거점을 확보하는 일이다. 거점확보가 이뤄지면 대구에는 2003년까지 1천개의 알짜 벤처가 들어설 수 있다. 연간 매출액 3조원, 신규고용 1만명. 이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벤처도시 대구'로 입성하는 출발점일 뿐이다. 대구시와 벤처업계의 공동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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