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야당이 왜 이리 나약한가

야당이 왜 이렇게 뒷심이 없고 나약한가.

이번 고관(高官)절도사건의 처리과정도 그러잖은가. 비록 신빙성이 의문스런 전과12범의 고백이지만 접근해 들어가는 수순과 방법이 세련되고 대차게 추궁해 들어갔더라면 지금쯤 어떤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었던 호재가 아니었나 말이다. 이건 꼭히 정부 여당을 궁지에 몰아넣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야말로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내 지금 잔뜩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숱한 알 권리를 시원하게 충족시켜 줄 수도 있질 않았는가 말이다. 불쑥 폭로부터 할게 아니었다.

일단 제보를 받았으면 꼼꼼히 살핀후 정보채널을 총동원, 실체에 거의 접근해 들어가 풍부한 자료를 갖고 1탄, 2탄, 3탄 순으로 강도를 높여 정부 여당을 꼼짝 못하게 했어야 했다.

어설프게 터뜨려놓고 공세를 취한지 채 일주일도 못가 거꾸로 수세에 몰리는 이런 야당이 어디 있는가. 여·야가 뒤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사과 성명서를 내고 두손 들었지않나 싶을 정도로 약한 체질이 안타깝다.

실세 민 선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표명에 주춤거리면서 공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오히려 언론이 집요하게 추적해 들어가는 뒤를 쫓아가는 형국이 되고 말았잖은가.

지금 여당이 어떤 여당인가. 40년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야당이 아니었던가.

비근한 예로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문제 1개만을 갖고도 국민들의 공분을 들추게 해 결국은 그 반사이익을 엄청나게 본 풍찬노숙의 노련한 야당이 아니었던가.

그에 비하면 지금 야당은 구로을·시흥·안양 재·보선 과정에서 발굴해낸 '동네 특위(特委)'를 비롯한 부정선거 증거들만 해도 얼마든지 여당을 압박해 들어갈 수 있는 호재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처음엔 그럴싸 싶더니 거의 흐지부지 되는 듯 하다가 고관절도사건이 터지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죽었던게 살아 생물을 죽이는 격인가.

대변인의 성명전에선 오히려 여·야가 뒤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야당의 판정패였다. 야당이 떠들어도 언론매체가 안 비춰준다고 불만만 할게 아니다.

야당의 당보는 이럴때 쓸려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다고 사사건건 여당을 물고 늘어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 눈에 자칫 잘못하면 국정방해꾼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회생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때가 아닌가.

노회한 여당인줄 알고만 있으면 뭘 하는가. 그 전제위에 적절한 처방이 나와야지. YS가 김대중 대통령을 독재자라 해도 들은척 만척인게 지금 여당이다. 국민들이 대신해 YS를 매도해줄 것도 익히 알고 있는게 여당이다.

환란(換亂)의 궁극적 책임자가 YS이면 논리적으로도 그의 얘기는 국민들에게 이미 씨가 먹혀들지 않는다는것쯤은 꿰뚫고 있다.

오히려 그게 그 환란극복을 위해 동분서주 하는 DJ에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형태가 되고 있잖은가. YS와의 끈을 끊지 못하는한 야당분열만 가져온다는 계산도 여당은 이미 해 놓고 있다.

그런 '준비된 대통령'에 비해 야당은 그야말로 야당체질에 극히 미비(未備)한 야당이다.

야당이 뭔가. 교과서대로 여당의 독선과 오류를 막고 국민들의 가려운곳을 긁어주면서 국정의 올바른 방향등 역할이 야당몫 아닌가. 그래서 야당은 건재해야 하고 강한 체질을 가져야 한다. 의석에 뭘 연연하는가.

지금처럼 그 내부가 사분오열된 '과대포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단 50석이라도 감옥갈 각오로 할말 하는 강한 야당이라야한다. 아니면 이참에 '여당성 야당의원들'은 아예 여당쪽으로 넘겨 주는게 옳다.

지역을 지킨답시고 대구로, 부산으로 부랴부랴 떼지어 다닌다고 될일이 아니다. IMF탓에 바로 엊그제 같지만 세상도, 국민들의 사고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돈도 그 속성상 권력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새롭게 전열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어수룩한것 같지만 옥석(玉石)은 구별할줄 안다. 아무리 교언영색으로 유혹해도 옥은 옥이요 돌은 돌임을 안다. 그래서 휘지않는 강한 야당을 국민들은 고대한다. 여당도 이런 야당을 만나야 게으르지 않고 줄기차게 노력하는 법이다. 이치가 그러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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