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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제석봉-대구효성가톨릭대교수)

수학능력시험이나 명문대학 입학에 수석이라도 하고 나면 전국이 난리다. 집안에서는 잔치를 하고, 학교에서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언론에서는 인터뷰 장면을 내보내느라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공부는 어떻게 했느냐", "과외는 받았는가" 해마다 똑같은 질문을 퍼부어댄다. 바뀌는 것이라고는 학생 얼굴 뿐이다.

수석도 좋지만 수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언제까지나 남의 것을 베껴 승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하고, 우리 고유의 것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물의 육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사회에서 창의적인 사람은 발 붙일 곳이 없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물론 어느 정도의 지능은 필요하다. 그러나 평균정도의 지능이면 충분하다. 지능이 보통이라도 창의성은 얼마든지 높을 수 있고, 지능이 높더라도 창의성은 전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네 학교에서는 생각을 좁히고 좁혀 이미 누가 정해 놓은 '오직 하나의 답'만 찾아 나가게 하는 수렴적 사고만 강요한다. 생각을 넓혀 새롭고 다양한 답을 찾아 나가는 확산적 사고를 했다가는 점수따기 틀렸고, 선생님의 눈밖에 벗어나기 일쑤이며, '엉뚱한'소리 한다고 핀잔받기 십상이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도 찬사를 보내자. 우리나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물은 공부 잘해서 수석하는 사람보다는 엉뚱하게 생각하고 엉뚱하게 발상(發想)하는 창의적 인물이다. 사람들 눈에는 엉뚱해 보여도 이것이 나라를 먹여 살릴 아이디어가 될지 모른다. 봉이 김선달 시대에 '물'도 돈받고 팔 수 있는 상품인 줄 누가 짐작이라도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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