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조건'이었다. 해체된 대구시립합창단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경주시립합창단은 난생 처음 오페라를 공연하는 인턴단원 20여명을 포함, '급조'된 상태였다. 지휘자 없이 표류하고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도 최근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는 처지. 관객들은 이탈리아에서 초청된 2명의 가수에게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대구시립오페라단 제14회 정기공연의 막이 오르면서 예상은 빗나갔다. 오페라다운 연기를 소화해 내진 못했지만 합창단은 대구시립합창단을 오히려 능가하는 화음을 선보이며 갈채를 받았다. 대구시향 역시 까다롭기로 이름난 '쟌니 스키키'를 무난히 마무리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빼어난 연주와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마저 몰입시킨 소프라노 이화영.테너 손정희,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알피오' 역을 묵직하게 소화해낸 바리톤 김창현, 능청스런 '쟌니 스키키' 바리톤 이다니엘씨 등은 이번 공연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테너 임서규씨와 소프라노 최윤희씨의 깔끔한 연주도 돋보였다.
오히려 '기대 이하'로 판정 받은 이탈리아 가수들이 결정적인 흠집을 내고 말았다. 특히 한국에 오기 전 한달만에 6Kg이나 체중이 불었다는 테너 카를로 토리아니는 대구무대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 듣기 어색한 그의 비브라토(빠른 떨림음)는 자주 음정을 놓치고 허둥대기 일쑤였다.
일부 성악가들의 가사전달능력 부족과 비좁은 무대 등 고질적인 한계의 노출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공연 3일 내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최악의 조건'을 '의욕'으로 극복한 대구시립오페라단에 보내는 격려였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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