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허준영(의사·열경의료재단 이사장)

"갈등과 분규, 반목과 난동이 오뉴월의 구더기처럼 들끓고 있대두""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무리들이야 "

"여러 말 할 것 없이 개판같은 세상이라니까!"

어느 술집에서 내뱉은 술꾼들의 분통어린 목소리들이다.

몇 천 몇 억원을 주고 받은 뇌물이 고작 떡값이란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괴이한 논리다. 도둑이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세상이 된지 오래다. 적반하장격이라고나 할까. 도둑의 소리가 크다보니 멀쩡한 사람이 도둑으로 몰리고도 할 말을 못하고 있다.

그뿐인가. 눈만 뜨면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정쟁(政爭)으로 날을 지새는 꼴이란…. 이래서 지금은 정치권이 국민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을 염려하는 참으로 딱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툭하면 잠자리를 밥먹듯이 잘 바꾸는 철새 정치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리 저리 당적을 옮겨 다닌다고 해서 구린내 나는 인품이 하루 아침에 향수같은 인격체로 돌변할 수 있으랴.

이걸 알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세상이 뒤집어 지는 혁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내일을 잘 살기 위한 건강한 개혁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이제 치사한 정쟁도 제발 그만해 주기 바란다.

전설의 새로 쌍두조(雙頭鳥)라는 새가 있다. 몸통은 하나뿐인데 머리가 둘이다보니 눈만 뜨면 먹이다툼으로 피투성이다. 어느 날 상대방의 머리를 죽이기 위해 독약을 탄 먹이를 먹이통에 넣어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독약을 건넨 이 쪽 머리도 죽고, 저 쪽 머리도 죽었다. 하나뿐인 몸통인데 독약이 어디로 흘러갔겠는가?

정치인이라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지조쯤은 가슴에 깊이 새겨둬야할 것으로 생각해 본다. '내 어머니가 설혹 문둥이일지라도 결코 절세미인이라는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

〈의사·열경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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