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미술가 7인 공동작업 '오설마을 아틀리에'

그곳은 하나의 공장과도 같다. 형체를 찾지 못한 작가의 열정이 오랜 신고끝에 달궈져 거푸집에 부어지고 굳혀져 마침내 하나의 작품으로 형상화되는 공장.

대구시내에서 차로 40여분 거리인 달성군 구지면 '오설마을 아틀리에'. 최근 지역미술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떠오르는 공동작업장이다.

지난해 7월 초등학교 폐교를 임대, 하나둘씩 작가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배덕수 남춘모 이명재 양성옥 김결수 장영미 김승현씨 등 현대미술계열의 젊은 작가 7명이 오설마을의 주민들. 프랑스 파리에서 '리배'라는 이름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향토출신 이영배씨도 국내 개인전 준비를 위해 지난달말부터 이곳에 일시 입주, 오설마을은 한지붕 여덟식구로 늘어났다.

늦봄의 햇빛속에 쭉쭉 뻗은 수목들의 싱그러움을 느껴보기도 전에 코를 찌르는 악취. 틀 위에 천을 덮고 액화 합성수지를 바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남춘모씨가 마당에 내놓은 작품이 악취의 주범이다.

"작업장이 대구시내에 있었을 때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죠. 이곳에 들어오면서부터 평면중심이었던 종전의 작업방향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주위 환경에 제약당하기 쉬운 작가에게 환경의 변화는 작품의 성향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명재씨도 오설마을 아틀리에에 들어오면서 작품이 바뀐 작가. 물감 흘리기 기법을 주로 사용해온 그는 폐교의 마룻바닥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어 요즘은 새로 프로타주기법에 매달리고 있다. 거친 마루의 질감표현을 위해 자연의 이미지를 표출하는 작업이다.

이곳 작가들의 작업장은 저마다의 팍팍 뛰는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침입자에겐 들여다 보는 재미도 별스럽다. 회화에서 판화, 사진작업까지 다부진 의욕을 내보이는 장영미씨의 작업실은 마치 의상실과도 같다. 얼마전엔 스팡클을 화려하게 단 설치작품을 내놓더니 요즘은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직접 모델역할도 하는 사진작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 대구 시공갤러리와 서울 가나화랑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영배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숯 설치작업을 하느라 작업장이 온통 시커먼 숯덩이로 탄광에 들어선 느낌.

제각기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따끔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 분위기때문일까. 오설마을 입주이후 작가들은 저마다 활발한 작품활동과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배덕수씨는 지난해, 남춘모씨는 올해, 각각 대구문예회관이 10명씩 뽑아 지원하는 '청년작가전'에 선정됐고, 올들어서는 두사람 모두 미술전문지'월간미술'의 주목받는 대구지역작가로 뽑혔다. 이명재씨도 올해 대구문예회관 선정 청년작가가 됐다.

작품전도 활발하게 열고 있다. 장영미씨는 4일까지 대구 스페이스 129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고 김결수씨는 다섯번째 개인전을 4일부터 9일까지 대구문예회관에서, 이영배씨는 11일부터 시공갤러리에서 아홉번째 개인전을 가진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미대에 입학, 노익장(?)을 불태우는 늦깎이 화가 양성옥씨는 오는 10월 개인전 준비로, 강렬한 색면추상작업을 하는 김승현씨 역시 올가을에 개인전을 가질 계획으로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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