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왜 또 변칙정치 하나

한국민주주의는 변칙민주주의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권이고 권력만 잡으면 그렇게도 비판하던 변칙과 날치기를 일삼으니 도무지 정치발전이라고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중에도 연속 사흘 날치기를 해 의정사에 신기록을 남기더니 이번에 또 변칙처리를 했다.

특히 이번 정부조직법 등 6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변칙수법은 지금 정치개혁을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에서 정말 한국의 정치는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에는 날치기라는 비판과 부담을 면하려는 듯 정부조직법 처리에 야당이 이의가 있다고 하자 기립표결에 부치는 신종날치기 수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언론으로부터 날치기 대신 변칙처리라는 한결 부드러운 표현을 얻어내는 데 성공 한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고 본다. 왜냐하면 변칙통과의 소란속에 찬성표와 반대표를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회자는 150대 90이라고 숫자를 밝혀 통과를 선언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찬성과 반대의 숫자를 조작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날치기는 대세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신종 변칙수법은 숫자를 밝힌 만큼 민의를 조작한 결과가 된다.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의 찬반의사가 이렇게 사회자 멋대로 처리 돼 버린다면 그야말로 국민의 의사는 집권여당의 맘대로 처리돼 버리는 모순을 안게 된다.

국회에는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의 으뜸이다.

정치개혁의 목표도 따지고 보면 민의의 정확한 반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부정선거가 나쁜 것도 민의가 돈이나 권력에 의해 정확히 표를 통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 중요한 민의의 대변인 표를 사회자가 세어보지도 않고 맘대로 결정해 버린다면 이를 과연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과거 순수 날치기 수법보다 발전 된 듯 하지만 더욱 큰 모순을 안은 문제있는 수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후진적 국회운영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치개혁을 할 것도 없다. 해봐야 또 하나의 변칙수법을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통과 법률중 핵심이었던 정부조직법은 무엇 때문에 이런 법을 만들었는지 의문을 가진 국민이 많을 정도의 개혁성이 부족한 법이다. 이런 법 때문에 사실상의 날치기를 했다는 것은 여권은 정치개혁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제도적 정치개혁보다는 의식등 소프트한 면의 개혁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이번 변칙통과에서 보여준 여권의 개혁의지 부족은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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