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의약분업 지혜로운 시행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그동안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왔던 의약분업안에 10일 극적으로 합의한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한동안 국민건강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만 벌인다는 핀잔까지 받아왔던 의약분업은 이로써 내년 7월 시행만 남겨 두게됐다.

그러나 합의는 됐지만 아직도 상당한 문제점이 내부에 잠재해 있고 보면 실로 지금부터야 말로 국민적 합의를 다져 시행에 한치의 차질도 없는 준비단계를 거쳐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이번 합의는 지난 63년 정부가 의약분업 원칙을 천명한지 꼭 36년만에 이뤄진 의약계의 성과다.

그래서 국민적인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로 전문화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제도는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한국만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합의된 이상 양측은 시행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수없이 지적되어 왔듯이 우리나라만큼 항생제 등 의약품의 오.남용이 많은 나라도 별로 없다. 따라서 약화(藥禍)사고도 알게 모르게 끊이질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일부 의사나 약사들이 수입증대를 위해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관행이나 환자들 스스로 알아서 오.남용하는 사례 또한 엄청나다.

지난 97년 열린 '항생제 내성감시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은 부끄럽게도 항생제 남용 세계 1위 국가라고 지적된것은 좋은 예다.

물론 의약분업의 합의로 환자들은 당장 겪어야 하는 불편 또한 많다. 병.의원에서는 외래조제실이 폐쇄돼 처방전을 받은 환자는 반드시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야 한다.

의협과 약사회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렸던 주사제 문제도 일부 주사제(항암제나 냉동 냉장이 필요한 특수주사제 등)를 제외하고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 주사제를 구입해야 한다.

처방약이나 주사제가 그 약국에 없을 경우에는 여러 약국을 돌아 다녀야 하고 감기 몸살등 간단한 질병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등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지만 이런 관행이 몸에 밸 때까지는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결정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밝고 어두운 면에만 집착하다보면 본질이 흐려질 때가 많다. 의약분업도 마찬가지로 합의된 이상 양측이 또다시 이해관계에 얽매인다면 앞으로 어떤 혼란이 초래될지는 뻔한 일이다.

차라리 의약분업이 실시되기에 앞서 환자의 건강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자세와 의약품의 철저한 평가 등이 선행돼야 의약분업은 성공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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