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탐방(13·끝)-중계 유선

나이가 40대 이상이면 거의가 60년대의 소위 '스피커'라는 것을 기억한다. 농어촌 면(面) 등을 단위로 해서 라디오 수신소를 설치한 뒤, 전선으로 각 가정까지 연결해 라디오를 동시에 들려주던 것이다. 5·16혁명 이후 군사정부가 권장함으로써 전국으로 확산됐다. 라디오가 귀하던 당시의 경제 상황에 대처하면서 난청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이 방식은 그 후 TV 방송 분야로 이어졌다. 이것이 4년전 출범한 '케이블 방송'과는 또다른 '중계유선'. 현재 전국 약 860여개 사업체에서 700만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송출 중인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전체 TV 보유 가정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 10만 가구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사업체도 4개나 된다.

이렇게 본다면 이 '중계유선'이 '채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근래 사정이 달라졌다. 지상파 방송을 동시 중계하는데 그치지 않고 녹화 중계가 일반화됐으며, 나아가 스포츠·영화·드라마 등으로 전문 분야별 녹화 재편집 중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계유선은 거의 독립된 채널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사업체 중에는 심지어 채널을 몇십개씩 가진 것도 있고, 근래 들어 일부 사업체는 자체 홈쇼핑 방송까지 시작했을 정도. 여기다 위성 임차 사업자들도 가세, 이러한 채널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미 4개 채널을 운용 중인 OSB(동양위성)는 그 중 하나를 중계유선 업체에 임대한 형식으로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다. 그외 KAS(한미위성)도 있고, HVS(병원방송) 경우 갖가지 내용의 방송을 전국 대형병원 외에 일반 중계유선 업체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중계유선이 채널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자, 케이블TV 업계와의 사이에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또 중계유선들이 전파 방송들의 프로그램을 자의적으로 녹화·편집 방송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 시비도 발생, 소송에 걸린 경우도 있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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