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마 세상밖으로 떠나있고 싶을 때가 많다.
꼭히 이 엄숙하고 기계적인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도, 더러는 색다른 감동거리를 찾고 싶은 소박한 충동에 기울 때가 있는 것이다.
스포츠 관전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온갖 잡사와 시름을 털고, 원초적 함성에 파묻히는 순간에 빠져드는 그 무념의 쾌감 같은 것 말이다.
한덩어리로 벌거벗는 그 「열기의 현장」에서, 거칠 것 없는 감정의 배설이 주는 각별한 즐거움 또한 매력적이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야구장에는 줄이 늘어서고, 출범 18년을 맞는 프로야구는 500만 관중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달아오른 프로스포츠 열기
축구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200만을 돌파한 관중은 올들어서도 50% 정도 늘고 있는 추세라하고, 축구협회는 300만 시대를 호언하고 있다. 우리의 프로스포츠에도 경기장 관중 수백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선진 스포츠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고 반색을 하는 체육인도 있고,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을 담보해주는 건강한 현상으로 돌리는 평가도 나온다.
어디 스포츠 뿐이랴. 세상밖으로의 즐거움을 사이버 공간에서 찾는 열기도 대단한 것 같다. 밤을 새우며 스타 크래프트에 몰두하는 동호인만도 전국에 수백만은 널려있다니까.
최소한 150만명을 웃돈다는 얘기도 있다. 앞으로 전자게임의 내용이 황당해지면 질수록, 가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업자 통계 고무줄
그러한 숫자들이 말해주는 의미와는 동떨어진 한편에서, 또 다른 수백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속」 실업의 긴 그림자이다. 통칭 200만이라 하기도 하고 300만명이 훨씬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통계는 최근 그 수가 실업대책과 경기부양조치로 170만명 까지 내려갔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연금 소득신고서 작성과정에서 나타난 실업자는 351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두 통계에는 무려 두배의 차이가 있다. 실망실업자, 한시적 실업자, 단시간 실업자 등을 포함시키면 실제 실업자는 370만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 국민을 실업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겠다는 의지가 강고하다면, 정부는 「길잃은 한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그런 목자의 심정에서 접근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판이니 정부가 내세우는 공공근로사업 현장에는 재기를 다짐하는 힘찬 땀방울도, 근로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깨닫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졸 인턴사원제는 젊은 고급인력의 자존심에 상처만 주고 그들을 사회의 천덕꾸러기 인양 자조하게 만들었다. 취업난속의 3D업종 기피풍조를 나무라는 지적도 무성하지만 거기에는 정부와 사회에도 절반의 책임은 있다고 본다.
갈수록 빈부의 차는 극으로 치닫고, 빗나간 돈잔치는 도처에서 분별을 잃고 있는 판 아닌가. 정말이지 지난번 고관집 안방의 돈다발을 보고 서민들을 맥이 풀렸다. 일할 맛이 없다는 데 대해 진지한 사회정책적 성찰이 따라야겠다는 소리이다.
◈고관집 돈다발 일할맛 안나
모름지기 사회정책은 국민의 마음을 사야 성공할 수 있다. 실업대책 역시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서야 한다. 실업의 고통속에서도 정부에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하고 체계적인 실업대책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수백만 실업자의 한숨과 분노를 그대로 안고 새천년을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점에서 11일 노동부가 2002년 까지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실업대책을 또 다른 숫자놀음이라고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200만개는 아니라도 혼을 쏟아 실업구제에 나서달라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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