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의 교육주간 슬로건은 '학교에 힘을, 교사에게 존경을, 학생에겐 희망을'이다무능과 촌지에 얽매인 인품 격하와 체벌만을 일삼는 폭력집단인양 매도된 분위기에서 이같은 교육슬로건은 교사들을 슬프게 한다.
학부모와 교육자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가로 막으면서 퇴장을 명한 장관의 횡포에 수모를 당한 한 교장선생님. 교육계의 원로에 대한 대접이 이럴진대 '교사에게 존경'이란 슬로건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하며 제자 사랑으로 일관해 온 무명의 교사들은 내팽개친 채 몇몇 교사에 의해 저질러진 촌지 사건을 마치 전체 교사에 해당되 는양 매도하는 교육당국의 처사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또 부분적인 체벌 사건을 마치 전체 교사들이 폭력을 일삼는 양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
교직만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해 오신 연세 많은 선생님들을 무능하다며 명퇴를 강요하며 쫓아내듯이 내몰다가 이제와서 교사 수급에 문제가 있다하여 명퇴 철회를 종용하는 교육청엔 과연 어떤 위상을 부여할 수 있을까.
교직에 대한 불신과 교사에 대한 굴절된 시선이 있는 분위기에서 '학생에게 희망을'이란 말은 한낱 메아리 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교육정책의 혼란에 의한 입시 경쟁에서, 살벌한 인간 관계가 조성, 왕따라는 새로운 분위기로 바뀌어 가듯이 교직사회에도 장유유서가 사라진 분리 수거식의 환경이 형성된 교육현실을 교육당국은 과연 조금이라고 알고 있는지.
처음 교직에 몸담았을땐 선배 교사의 사랑과 배려가 눈물겹도록 고마웠던 아름다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되는 듯한 분위기도 젊은 교사에 의한 거리감은 왠지 살아온 세월을 슬프게 한다.
부모가 내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때 누가 내 자식을 사랑하겠는가? 교육부가 교사들을 위하지 않을때 누가 교사를 존경하며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인정하겠는가.
명퇴는 말 그대로 내 할 일을 다하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교직사회의 명퇴는 진정한 의미의 명퇴가 아닌 무능과 무위로 쫓겨나는 인생의 패배자로 오인되는 현실이 더욱 슬퍼진다.
20대의 정열로 첫 교단에 섰을 때, 정의감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었고, 30, 40대의 성숙으로 수업에 임했을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욕심에 많은 지식들을 힘겹게 전하려는 나만의 욕심이 있었다. 이제 50대의 인생관조로 삶이 무엇인지, 제자 사랑이 무엇인지, 교육이 무엇인지를 감지하기 시작할때 교단을 떠나야 하는 지금은 왠지 아쉬움만 퍼져간다.
인격, 실력, 열성 가운데 열성과 사랑이 으뜸이라는 나만의 교육 신념으로 30년이 넘게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생활했던 샌님의 지난날들.
'눈으로는 관심과 애정을, 입으로는 진실을, 가슴으로는 사랑을, 손으로는 이웃봉사의 마음을 심어라'고 힘주어 떠들어 온 지난날들이 지금은 나 자신에게 되돌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처음 만났던 맑고 고운 눈망울을 가졌던 60년대 후반의 어린 동심들, 밝고 순진했던 70년대 초반의 10대의 꿈많고 해맑던 얼굴들, 70년대 초반의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생활의 의지를 펼쳐가던 10대 후반의 늠름한 모습들. 지금은 모두가 국가의 동량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 얼굴들이 마냥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선생님의 자리가 아닌 스승의 위치에서, 학생이 아닌 제자의 모습으로 가슴에 영원히 각인하고픈 염원은 지척이건만 과연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끝없는 고리를 이을 자신이 있었던지가 지금은 오히려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금년 8월이면 천직으로 살아온 교단을 떠나는 마지막 스승의 날을 맞으면서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들께는 존경을, 학생 여러분들께는 사랑을 전하면서 영원한 행복을 기원합니다.
박의정〈영남공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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