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하는 지금의 연도(年度)가 한 천년을 마감하고 이제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는 지금, 그 의미가 이렇듯 다층적으로 와닿은 적은 거의 없었는 듯하다.
실제로 그 동안의 역사를 훑어보면 십년 단위, 혹은 백년 단위가 한 겹씩 지날 때마다 인류사의 무시못할 뚜렷한 사건들이 공교롭게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새천년에 진입하는 오늘날도 그러하다. 그것은 무슨 전쟁이난 재앙같은 것이 우리 앞에 버티고 선 것이 아니어서 얼핏 간과되기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천년에서 만날 변화는 그 간의 어떤 엄청난 전쟁보다도 더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만 같다.
바로 '디지털 시대'의 도래이다. 이 디지털 체계는 그동안 인류의 문화를 이끌어왔던 '문화의 책'에서 이제 그만 편히 쉬기를 요구하는 듯이 보인다. '문자의 책'에 자기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문학이다. 그럼 문학은 어떻게 되는가.
13일 계명대학교에서 한국문학 작가대회가 열렸다. 필자는 여러번 문학심포지엄에 참석을 해보았지만 이번 만한 열기를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발제자와 토론자 간의 열띤 대화가 오가고 복도까지 가득 매운 시민들과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은 자못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시인 황지우는 심화된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강력한 항체로서 문학의 역할을 오히려 주장하고 나섰고, 소설가 이문열은 그 동안 외다리로만 걸었던 글쓰기의 행보가 다채롭고 풍요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을 하였다.
소설가 이인성은 소설을 '이야기'로만 한계를 짓지말고 문화본질에 꾸준히 접촉시키므로 새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피력하였다.
소설가 김주영 김원일, 시인 황동규 이태수 이하석, 평론가 김병익 김주연 정과리 정호웅 서경석 등 한국문학의 쟁쟁한 중진들이 이어서 토론을 엮어나갔다.
이들의 치열한 공방은 근 여섯 시간 동안 전개되었다.
필자는 그 치열한 토론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이들은 문학의 위기에 침울해있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다스리고 이겨나가겠다는 투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느 때고 위기가 아닌 시대가 있었던가. 문학이란 그 시대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지에서부터 존재의 이유를 찾아왔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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