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들 삶터 새벽 공원 번개시장

쪼들리는 살림을 덜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소시민들의 몸부림이 뜨겁다.최소한의 생계비를 마련키 위해 노점을 차리는 가장들, 실직하거나 월급이 깎인 남편의 어깨를 가볍게 하기 위해 부업을 찾아나선 주부들,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물건을 더 팔려는 시장 상인들이 모여 새벽 운동객들을 대상으로 대구 곳곳에 자연스레 '번개시장'을 형성,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새벽 4시쯤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두류공원 2.28기념탑 주변. 칠성시장, 팔달시장, 봉덕시장 등 재래시장 상인과 시골에서 채소나 약초를 들고 온 노인 등 100여명이 새벽 일찍 떼온 생선이나 채소를 좌판에 늘어놓고 운동객들을 맞고 있었다.

김양순(48.여.북구 칠성동)씨는 "작년부터 벌이가 신통찮아 새벽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볼 생각으로 이 곳에 왔다"며 "9시가 되면 다시 칠성시장에 채소팔러 간다"고 말했다.

우방랜드 맞은편에서 2.28기념탑에 이르는 도로 300여m 구간 양편에 늘어선 이 시장은 웬만한 재래 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채소, 생선, 운동화, 가요테이프, 커피 등등 없는게 없을 정도. 가격도 다른 재래시장보다 10% 가량 싼 편이다.

두류공원에 이처럼 '장'이 선 것은 IMF 한파가 세차게 몰아친 지난해 초. 처음엔 커피 등 차를 파는 일부 상인들만 가끔 눈에 띄었으나 운동객들 중 장보러 나온 주부들도 많다는 소문이 상인들 사이에 번지면서 대거 몰려든 것이다.

번개시장이 생길때부터 나왔다는 이 동네 장모(38.여)씨는 "남편이 실직한 뒤 운동객들에게 차라도 팔면서 생활비를 보태려고 나왔다"며 "처음엔 커피나 꿀차를 파는 사람이 몇명 있었으나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금세 상인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두류공원 이외에 수성못 주변과 앞산공원 일부에도 운동객들을 상대로 소규모의 번개시장이 생겨, 상인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새벽 운동객들도 건강을 돌보면서 값싼 찬거리를 구할 수 있어 반기고 있으며 남구, 북구 등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일부러 이 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 3시30분쯤부터 하나 둘 모여든 상인들은 오전 9시쯤 철수하며 가끔 구청에서 노점상 단속을 나올때면 이보다 빨리 좌판을 챙겨 황급히 사라진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단속을 위해 가끔 현장에 나가고 있으나 출근시간 전에 철시해 큰 불편은 없는 편"이라며 "서민들이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단속에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