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초가집 그 앞마당, 뼈만 남은 겨울 감나무에 떨어질듯 매달린 홍시몇개. 어느새 끄악끄악 날아드는 산새떼, 날갯짓 퍼득이며 홍시에 주둥이를 박은채 요동치는 새들의 흥겨운 몸짓들.
요즘아이들은 '까치밥'을 모른다. 한겨울 산새들을 위해 까치밥을 남겨놓을줄 알았던 우리할매·할배들의 인정을 모른다. 요즘 정치에도 까치밥이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사회에도 교육에도 경제·문화 그 어디에도 까치밥의 여유가 없다.
◈상식밖의 상황
상식밖의 갸우뚱 상황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난 4월의 신문-자민련총재의 사위로서 국민회의에 공천신청 했다가 다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는 장인한테가서 용서를 빌어 여야 3당을 웃음거리로 만든 고승덕변호사의 코미디.
더욱 웃긴것은 부끄러운 것을 가리려고 고씨에게만 손가락질해댄 여야의 책임면피 공방전. 고씨가 무슨 고승대덕(高僧大德)인가, 이땅의 정치판 그대로 배운건데.적합한 비유는 아니지만 교육에도 상식밖의 상황이 보인다. 왕따·미끌이·촌지같은 시끌벅적한 얘기가 아니다. 충무공묘소식칼사건(4월28일)이 터지자 포항시내 모초등학교 저학년 숙제때문에 학부모들이 황당한 상황을 맞은 것도 한예. 바로 충무공영정 구해 오려붙이기 소동이다. 갑자기 충무공영정있는 책들이 찢겨지고, 백과사전엔 광화문 동상 사진밖에 없어 아이들은 울고불고.
이때는 또 초등5학년 실과과목에서 마침 철만드는 공정을 배울때여서 포항제철사무실은 문의전화쇄도에 곤욕을 치렀다. 전화통을 붙들고 제조과정을 한꺼번에 공부하겠다고 달려들었으니까. 현장감있는 교육을 생각하신 선생님들의 동시다발적인 행동통일(?)때문에 문방구나 시장의 특정상품이 동이나고 집집마다 울고부는 소동이 지역마다 심심찮은 것도 상식밖의 상황중 하나.
다시 요즘 정치권의 상식밖의 상황 하나. 지난 4월23일 포항시그너스호텔에선 '과거에 여당이었던'한나라당 이병석위원장(포항북구)의 정치후원회모임이 있었다.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 세태의 변화, 정치판의 싹쓸이 판도를 읽게하는 장면이었다.
수백명이 모인 후원회 모금함에 넣어진 후원금 총액은 "만원도 좋고 5만원도 좋고"라는 표현그대로 '백'단위었던 모양. 옛 여당시절이라면 '억'소리가 나왔겠지만, 이젠 거꾸로 국민회의가 곳곳에 억소리요, 한나라는 그저 잘해야'천', 못하면 '백'이다. 이씨의 말대로 지금 야당은 후원금아닌 후원심(心)이 전부.
◈정치 후원금 싹쓸이
반대로 국민회의 경북도지부행사(4월21일)에선 1천여명 참석에 수억모금설이 나돈다. 여기서 상식밖의 상황은 소위 TK정서라는 대구·경북의 유명경제인들의 줄선 모양이다. 이들 유명한 경제인들은 지난 6공땐 민자당, YS땐 신한국당의 돈줄. 원래 정치인후원회란 '자기가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위한 자발적인 헌금행사'로 이해하는게 옳다면 , 이같은 기업인들의 싹쓸이는 경제계의 몰염치인가 정치판의 몰상식인가.
민자당·신한국당이 여당인 시절의 광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있었을까? 만일 정권이 바뀌고 또바뀌면 이들은 어느줄에 서있을까.
곳곳에 영호남 자매결연소식도 들려온다. TV와 신문들은 '화합의 물꼬'라고 PR이다. 심지어는 검찰의 범죄예방위원들(민간인)까지도 자매가 됐다. 결연목적은 범죄예방정보공유. 그러나 경찰조차 수사공조가 안되고 있는 판에, 더구나 때가 때(선거철)인 만큼 이런 운동이 전부가 합리적일까. 이하부정관(梨下不整冠)일까. ◈청와대대변인의 으름장
말이 난김에, 지난 1월22일 청와대 박지원대변인이 영남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세미나(경주)에 참석, 지역감정 조장우려가 있다는 기사사례를 들어가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으름장(?)을 놓고 갔었다.
청와대대변인이 지방까지 몸소 내려온 것도 역대정권에 없던 일이거니와 명색이 명예와 자존심을 덕목으로 삼는 언론 최고간부들의 회합자리를 0℃이하로 만든것은 상식밖의 사건이요, 개인적인 실수였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호응을 얻지 못하면 열매가 없는 법이라 했던가. 박대변인의 시각에서보면 이같은 글도 지역감정조장에 해당되는 것인가 아닌가? 요즘 정치인들은 까치밥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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