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입을 가린다. 침묵이다. 마주 오는 사람과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려는 '단절'의 표상. 오른손은 머리통을 짓누르고 있다.
'자신'의 손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스트레스를 머리에 이고 아홉명의 무용수들은 머리카락과 머리빗처럼 스쳐 지나간다. 전방에 붙박힌 시선 하나 흐트리지 않고…….
대구시립무용단(안무 구본숙)이 몸으로 풀어내는 '현대인의 초상'은 '단절'과 '억압'의 이미지다. 오는 21일 오후7시30분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제35회 정기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릴 '라이프 스토리(Life Story)'. '현대인의 초상'은 라이프 스토리에 등장하는 아홉개의 에피소드 중 네번째 이야기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장두이(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씨의 시선에 잡힌 오늘날의 '인생 이야기'는 다소 무겁다.
아홉개의 에피소드 중 '현대인의 초상',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 '전자시대'로 이어지는 집단적 이미지는 1999년의 음울한 단면을 발가벗기고 있다. 희망의 단서가 되는 것은 보다 개인적이다. 거울속 분신과 합일체의 춤을 추는 '댄서의 순정', 화려한 2인무를 선보이는 '사랑의 유희' 같은 에피소드가 그렇다.
선이 굵은 구본숙씨의 안무는 '라이프 스토리'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힘있게 그려내고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삶의 이유'에는 시낭송이, 여섯번째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에는 배경음악 대신 소프라노 성정화씨의 목소리 반주가 각각 별개의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다만, '자아(自我)를 향해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치환할 수 있는 이번 작품에서 환경문제를 기웃거리고 있는 여섯번째 에피소드 '버려진 존재'는 사족 같다는 느낌이다.
무수한 질문과 방황 끝에 설명없는 '희망'과 구체적이지 않은 '낙원'을 내세워 공연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희망봉'도 다소 아쉬운 결말이다. 문의 053)606-6310.
〈申靑植기자〉
---라이프 스토리 대본·연출 장두이 교수
52년생. 장두이를 만나면 불혹(不惑)을 훨씬 넘긴 그의 나이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고갈'을 모르는 그의 일 욕심 때문이다. 무용가·연극배우·연출가·영화배우·시인·소설가·탤런트……. 모두 '장두이'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
오죽하면 별명이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전세계에 걸친, 세계를 집으로 삼는)'일까지난 17일 오후. 이번엔 장씨를 무용판에서 만났다. 대구시립무용단 제35회 정기공연 '라이프 스토리'에서 그는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최대한 벗겨진 인간의 실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밝히는 무용의 매력. 뉴욕 머스 커닝햄 무용학교를 수료하고 알 댄스시어터 사운드에서 무용수로 뛰었으니 '외도'라고 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울에서 막 도착한 그의 가방 속에 든 무용화 한 켤레가 묘한 인상을 준다.
"여러가지 일을 하지만 오히려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연극은 연극답고, 무용은 가장 무용다운게 좋아요. 대구시립무용단의 이번 공연도 그렇게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라이프 스토리'는 장씨의 '벗겨진 인간의 실체'를 무용 무대에서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아홉개의 에피소드가 바로 장씨의 '라이프 스토리'인지도 모른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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