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시는 김대중 대통령 행차 후 오히려 심드렁해졌다. DJ의 선물 보따리를 잔뜩 기대했는데 수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건의한 4대 민원인 지하철 부채, 위천공단, 영남권 복합화물터미널 유치, 월드컵 경기장 사후 문제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문제는 모두 예산이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어 중앙정부로서도 선뜻 결정하기 힘든 사안들이었다.건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실 이보다 더 민감한 문제는 '밀라노 프로젝트'였다.
현재 밀라노 프로젝트는 '정책은 중앙정부가, 집행은 대구에서'라는 식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나 대구시와 중앙정부의 사업 주도권 싸움이 진행 중인 상태라 이에 대한 DJ의 답변이 대구시로서는 매우 궁금하게 된 것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지역경제 회생의 사활을 걸고 세계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업의 주도권을 중앙에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굳은 의지다.
대구시는 현지성(現地性), 지역정서, 지방자치 시대 등을 내세워 대구시가 사업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과거 중앙정부 중심의 '산업합리화 자금' 지원이 실패한 것도 현지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며 이번 기회에 DJ로부터 '정부 입김 배제'라는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구시는 DJ 기자간담회 때 기자들의 입을 통해 밀라노 프로젝트의 주도권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DJ는 첫 마디에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내가 붙인 것"이라며 이 사업에 대해 대통령이 강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업 주체 문제에 대한 답변은 피해갔다. "중요한 것은 업자들이 밀라노 프로젝트의 주체"라는 원론적인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거기에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밀라노를 이기는 것"이라며 대구시에 한수의 훈수도 잊지않았다.
DJ의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대구시는 내심 크게 놀랐다. 정부측 논리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같이 아무리 풀이해봐도 대구시에 유리한 답변이 아닌 것 같고 DJ의 깊은 속내를 읽을 수 없어 요즘 뒤숭숭한 입장이다.
과연 DJ가 던진 화두(話頭)는 무엇일까. 밀라노 프로젝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매듭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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