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러 잠수함 정치적 도입말라

김대중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러시아 잠수함 도입문제가 다시 현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러의 잠함은 여러가지 결함때문에 도입할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외화절약과 한·러간 외교차원에서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확정된 사안이 아닌데다 군 전력(戰力)사업이라는 특성상 속단은 금물이라는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러시아제 잠수함을 꼭 들여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해군에서 말하듯이 작전지속능력이나 기동성, 탐지능력, 공격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국내 보유 잠수함보다 못한 러시아 잠수함을 꼭 도입해야 하느냐 싶은 것이다.

관계자들은 독일제 209형 잠수함의 배터리 교체기간이 7년인데 비해 러시아의 킬로(KILO)급 잠함은 18~24개월만에 교체해야하고 교체기간이 한달이상 걸린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지난해 한·러간 맞외교관 추방파문 해결 등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러시아 잠수함은 척당 가격이 4천억원으로 독일형의 1조원보다 월등히 싼데다 우리가 상환받을 차관과 상계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도입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게다가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포괄적 냉전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제에 러의 잠함을 도입, 그동안 서먹해진 한·러간의 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외교적 계산을 내세우는 의견도 있음을 우리는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의견들을 감안하더라도 군의 전력증강 사업은 정치·외교적으로 계산하기 보다는 국가안보차원에서 냉철하게 판단, 추진돼야 한다고 믿어진다. 러의 킬로급 잠수함은 북한측이 이미 여러 척 보유, 기술 축적이 많이 된 상태여서 우리가 이를 도입하더라도 작전이 노출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기술적으로 낙후된데다 적이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환하게 간파하고 있는 잠수함에 우리의 국군을 승선시킬수는 없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도 없는 명확한 사실인 것이다. 어려운 러의 경제 사정을 감안 차관을 상쇄해서 대통령방문의 모양새를 갖추려면 굳이 잠수함 아니라 탱크·극동 공단 임차 등 다른 우수한 장비를 골라도 되지 않을까.

정부는 국가안보와 국군의 안위부터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명제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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