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량 예고없는 급발진

자동변속기 차량의 급발진사고가 차종에 관계없이 급증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회사와 정부 관련기관은 이같은 급발진사고에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21일 오후 5시30분쯤 대구시 중구 태평1가 경상관광 앞 택시승강장에서 이모(45·대구시 북구 관음동)씨의 대구 36바 20xx호 EF쏘나타택시가 갑자기 돌진, 앞에 정차해 있던 대구2바36xx호 택시를 들이받아 5중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경찰은 이씨가 운전경력 20년 가까이 되는데다 "자동변속기를 주행레버(D)에 두는 순간 차가 갑자기 튀어나갔다"고 주장함에 따라 과실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차량결함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50분쯤에도 대구시 북구 침산동 화성아파트 105동 앞 주차장에서 이모(45·여·대구시 남구 대명동)씨가 자신의 대구28고30xx호 아카디아 승용차를 후진시키려는 순간 급발진, 뒤쪽에 주차돼있던 대구80라37xx호 코란도 승합차와 아파트 담을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아카디아 승용차 운전자 이씨와 함께 타고 있던 친구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 지난 해 35개 차종에서 225건의 자동변속기 장착차량 급발진사고가 난 것을 비롯, 올들어서도 전국에서 50건이 훨씬 넘는 급발진사고가 일어났다.

대구에서는 올들어 경찰에 접수된 교통사고 가운데 10건이 넘는 사고의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며 대구소비자연맹에도 급발진 피해사례 5건이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합하면 대구에서도 매주 한건 꼴로 급발진사고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자동변속기차량 급발진사고에 대한 조사팀을 구성하고도 운용예산조차 확보하지 않는 등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들도 운전자들의 운전미숙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원인규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효성가톨릭대 자동차공학부 김호용(40)교수는 "자동차제조회사가 각종 급발진사고의 원인규명을 책임지도록 해 원인규명이 되지 않을 경우 회사가 피해보상을 맡는 PL법(제조물책임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林省男·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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