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교사 채용 기부금

"아니 땐 굴둑에 연기나랴"는 말은 세상에 잘 알려졌으면서도 서로 쉬쉬하는 '공공연한 비밀'을 일컬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아니 땐…"할만한 구석이 적지 않거니와 그 중의 한가지가 사립중고 재단과 교사 채용과 관련된 갖가지 루머다.

감사원의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는 23일 892개 사립중.고의 47%가 교사를 비공개로 채용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채용 대가로 중소도시 학교는 3천만원, 대도시 경우 4천만원의 기부금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과정에서 어느 채용대상자는 4천만원을 요구받고 교직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빈약한 학교 재정을 뒷받침 하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일부 학교에서 기부금을 횡령한 사례마저 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학원 비리의 일부로 정착된 느낌조차 갖게된다.

가뜩이나 넉넉지 못한 초임교사 연봉의 2, 3년치에 해당되는 거액을 선불(先拂)한 교사 입장에서 본다면야 무슨 힘이 나서 제자 가르치는데 정성을 쏟을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또 처음부터 기부금과 연줄을 앞세워 교단에 선 교사가 제자들에게 이 나라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것인지 생각해 보면 더욱 우울해진다.

부정방지대책위는 기부금 방지를 위해 사립학교 교원의 공개 채용과 사학법인이 합동으로 전형, 합격자를 가려낸뒤 개별 학교가 이들 합격자중에서 교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것은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가 치부(致富)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것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학교 재단을 둘러싼 '공공연한 비밀'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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