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립합창단원 선발

"철저한 실력 위주 심사를 통해 잡음을 최대한 줄이고 '안정감'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합창단 해체 취지에 맞게 '개혁'을 단행할 것인가?"

대구시는 결국 전자를 택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5일 발표한 시립합창단 최종합격자 명단에는 이런 '고심'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경력과 신규 부문으로 나눠 시행한 이번 전형에서 경력단원 48명(65명 지원), 신규단원 15명(158명 지원)이 선발됐으며, 지난 2월 해촉된 합창단원 53명 중 50명이 경력부문에 지원해 이중 43명이 합격했다.

특정 전직단원에 대한 핸디캡은 적용되지 않았다. 합창단 해체 당시 시민단체 등에 '성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자술, 물의를 일으켰던 단원 16명은 이번 전형에 전원 응시, 11명이 합격했다.

심사위원(실기 25명, 면접 7명)들이나 지역 음악관계자들도 '실력'에 따른 공정한 평가였다는 점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려다 보니 해체 당시의 합창단원 수보다 10명이 늘어난 63명이 최종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대구문예회관 김정길 관장도 "실력 이외의 어떤 기준도 적용되지 않은 공정한 심사였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 결과 탈락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대신 시립예술단 개혁과 풍토쇄신을 위한 모처럼만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 심사위원은 "결과적으로 신규단원의 수가 적어 '물갈이'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정 인맥.학맥 중심의 편가르기와 파벌다툼 등 그간의 병폐가 고스란히 남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한 전직 단원은 "합창단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기평정을 통해 몇몇 단원들을 방출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라며 "내부 불화를 조장해 온 대표적인 단원들이 재합류했고, 합창단 해체 당시 '문화예술계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 잡겠다'던 대구시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시를 상대로 해촉무효소송을 낸 전 지휘자 노석동씨는 25일 "성희롱 파문과 관련,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사가 편파보도를 주도하며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최종합격자 명단에서 탈락한 일부 전직 단원들도 해촉무효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풍토는 시립합창단 해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칼자루를 쥔 대구시가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예술계 개혁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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