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극작가 차범석(75·문예진흥원 원장)씨는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차범석 연극제'에 대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리얼리즘을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기는 연극계 일각의 풍토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그런 가운데 대구에서 (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연극제를 열어 반갑다"고 했다. 차씨는 한국 '극작계의 대부'이자, 유치진의 뒤를 잇는 사실주의(리얼리즘) 연극의 대표적인 작가.
24일 오후 5시 엎어지면 무대에 코가 닿을 듯 따닥따닥 붙은 소극장(예전)의 객석. 20대 초반의 관객들 속에서 노장은 자신의 작품 '산불'을 관람했다.
전날 '엉겁결'에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아 지친 몸이었음에도 이날 무천극예술학회와 예전이 함께 마련한 '차범석 연극제 학술세미나'에에 참가키 위해 '불원천리' 대구로 날아온 그다.
공연을 본 후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이 피상적이다. 화술(話術)도 약하고 1차원적 감정에 호소하는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에서도 수고했다"며 "소극장이라 걱정했는데 작가로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차범석 연극제'는 지난 1일부터(30일까지) 소극장 예전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극작가 집중 탐구 시리즈'. 차범석씨의 작품 '불모지''성난기계''산불'에 이어 25일부터 '왕교수의 직업'이 공연되고 있다.
"연극을 하나의 놀이로 변질(?) 시키는 것이 아쉽다"고 한국 연극계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바로 연극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 "물론 연극에 놀이 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작품성입니다. 그것이 없다보니 연극이 설익을 수밖에 없죠". 이같은 현상은 "서울과 지방이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악극 '가거라 삼팔선'(7월 13일 서울 예술의 전당)을 탈고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라고. "요즘 유행하는 악극은 문학성 없이 단순히 춤과 노래만 나열시킨 공연"이라며 "'가거라 삼팔선'은 좀더 진지하게 접근해 본 작품"이라고 했다.
무대까지 빼곡이 채운 대구관객들을 보며 흐뭇해 하는 표정에서 노연극인의 열정이 묻어난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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