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포항여성회 김숙자회장은 타지에서 열리는 교육이나 회의를 갈때마다 고민에 휩싸인다. 다름 아닌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 때문이다.
얼마전 '대구 여성의 전화'에서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받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100시간 강의로 진행되는 가정폭력상담원 교육을 꼭 받아야하는 입장이었지만 홀로 남게 될 어머니가 문제였다.
'신랑각시처럼 산다'고 할 정도로 어머니와의 사이가 각별, 어떤 면에서는 심리적으로 딸과의 분리가 잘 되지 않는 어머니를 집에 홀로 두고 떠나기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일시 부양을 부탁할만한 친척을 찾기도 어려웠다. 결국 포항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어머니와 한판 전쟁(?)까지 치르며 대구까지 모시고 와서 무사히 교육을 마쳤다.
건강한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치매등 노인성 질환을 겪고 있는 부모를 모시기는 더 힘들다.
"제 어머니처럼 건강하고 병환이 없는 노인을 맡길 수 있는 탁노소(託老所)나 단기보호소, 바쁜 딸이나 며느리를 대신해서 집에 찾아가 말벗이 되고 식사를 챙겨드릴 유급 가정봉사원 제도 등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김씨는 말한다.
30대 전업주부 서민경씨는 초기치매 증상을 보이는 여든의 시어머니를 잘 모셔야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부양스트레스를 심하게 겪고 있다.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도 만만찮은데 치매기를 지닌 시어머니까지 모셔야하는 어려움을 일일이 털어놓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24시간 꼬박 지켜봐야하는데 너무 힘들어요"
서씨는 시어머니를 맡길만한 치매전문병원을 찾았으나 영세민이나 중증이 아니면 의료기관조차 이용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부양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치매노인은 97년 현재 27만명에서 2020년에는 62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노인요양원이나 전문시설에서 보호받는 이는 5천명에 그친다.
차흥봉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세기 산업화 사회가 가족 구조를 소가족·핵가족으로 변화시키면서 노인과 자녀 사이가 분리되고, 노인단독세대가 늘어나 98년말 현재 전체 노인 인구의 46.8%에 이른다.
21세기에는 나홀로노인이 훨씬 증가할 전망"이라고 '21세기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라는 글에서 지적했다.
전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던 차장관은 "노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에도 가족원이 모두 각자 일자리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노인부양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보호만으로는 노인문제 해결이 어려운만큼 자녀와 국가사회가 함께 노인보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대 소비자·가족복지학과 박충선교수는 "사회변동에 따라 가족이 맡던 유아교육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공·사교육에서 대체하듯이 노부모 부양도 이제는 가족이 기초적으로 책임을 지되, 지역사회·국가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현실적으로는 노부모를 모시는 자녀들이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자조집단을 구성하거나 여러 가족이 네트워크를 이뤄서 노부모 부양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사회가족'(social family) 개념을 신가족의 유형으로 떠올린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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