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age)가 아니라 '마음'(mind)으로 톡톡 튀게 산다. 회복국면이라는 경기가 언제 집안 살림살이에 '봄'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려운 가운데 힘든 것을 꾹꾹 참고 작은 재미를 창조하며 젊게 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딸 하나를 키우며 바쁘게 살고 있는 주부 김희정(27·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일상을 쪼개 남편에게 줄 십자수 열쇠고리를 마무리짓고 있다.
열쇠고리의 한쪽에는 간단한 무늬를 넣고 뒤쪽에는 남편 안승민(30·패션전문점 프라이비트 근무)씨에게 전할 사랑마크와 남편의 이름을 새겼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선물로 남편의 마음을 늘 아내곁에 묶어둔다.
"젊은 분위기의 시내 직장에서 생활하는 남편에게 기억이 될만한 마음의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선물을 준비하면서 제 자신이 참 행복했어요"
유니세프가 아기에게 친숙한 병원으로 지정한 대구제일병원 김영규(41)과장은 아기를 키우느라 직장생활을 그만둔 간호사 아내에게 이따끔씩 이런 불평을 듣는다. "왜 기념일을 챙겨주지 않느냐"
김과장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데, 시골 출신이라 정표(선물)를 주고 받는게 생활화되지 않은 것 같다"며 조금만 신경쓰면 늘 아내를 감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최근 1318세대를 둔 가정에서는 신세대 자녀들이 매달 14일이면 기념품을 주고받는 '포틴스 데이'를 변형시켜,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엮어 나갈 수 있는 한가지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생활설계사인 양경혜(42)씨는 "포틴스 데이가 청소년사이에 과소비를 부채질하는 것은 못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정신을 빌려와서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마다 직접 만든 선물을 주고 받으니 무미건조하던 일상에 윤기가 나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 올해로 직장생활 20년을 바라보는 한 중년 여성은 지난 발렌타인 데이때 젊은 후배로부터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이날, 여자 후배는 부서에 초콜릿을 선물, 딱딱하던 분위기를 환하게 밝혔던 것.
"40대는 발렌타인데이라면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던 반면, 부서를 연인처럼 생각하는 유연함과 섬세함이 일로 맺어졌던 직장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녹였던 것 같아요"
경대사대 부속초등학교 박경선교사는 "꼭 무슨 기념일에 뜨개질이나 선물을 전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전달하며 사는 재미를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박교사는 남편이나 자녀들이 주부의 일을 도와주었을 때 "그냥 씻 웃어넘기지말고 메모식 상장을 전달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보라"고 전한다. 색연필로 도화지에 '상장'이라고 쓰고 커다란 그림을 그려서 만들어주는 '엄마의 상장'은 가족관계를 따뜻하게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는 것.
영남대 평생교육원 전문연구원 이영석씨는 "기성세대는 무슨 기념일을 의무처럼 챙겼지만 신세대식 사랑법은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서로를 기념하며 마음을 전달하면서 사는 재미를 창조해간다"며 "행동주의 입장에서 보면 행동이 변하면 마음도 변한다"며 선물이든 상장이든 자잘한 마음의 표현이 인간관계를 한결 풍성하게 열매맺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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