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제2기 내각출범과 관련한 50명의 장·차관급인사에대한 각계의 비판 목소리가 분분하다.
인사권을 행사한 집권자쪽에선 항상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임명된 장·차관은 그같은 명분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김대통령 임기의 1년남짓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2기내각이란 이름으로 조각(組閣)수준의 전면개각을 단행한 것부터가 이상하다. 장관인사를 자주하지 않겠다던 야당시절의 약속과는 달리 전(前)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어서다.
잦은 개각 전철밟기
또한 이번 인사에서 전문성·개혁성·참신성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탁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환경부장관의 경우 전문성의 문제를, 법무부장관의 경우 참신성과 개혁성의 문제를, 자리바꿈만한 기존 경제관료의 경우 개혁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여론이다.
일부 교수출신 장관의 경우 교수는 장관으로 입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납득할만한 해명없이 팽개치고 입각한 것도 참신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장관부인 옷뇌물 의혹에 연루된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이번 2기내각에선"지역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안배 차원의 인사는 하지 않았다"는 인선의 기준이다.
이른바 TK, PK정권시절에도 내각인사 때마다 출신지역분포에 대한 언론의 해설이 있었는데 이번 경우엔 그같은 보도는 신문과 방송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의 인사방침에 순응한 때문인지, 아니면 그같은 해설보도가 현 정부가 처벌법까지 만들겠다는 지역감정 유발행위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의 주요인사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이 시대의 최대개혁 과제는 지역갈등이고 그 해소방법의 핵심은 인사탕평책임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지역안배 인사포기 시사는 바로 인사탕평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인사탕평 포기하나
이번 장·차관 50명 인사에서 대구·경북출신장관은 1명으로도 보고 2명으로도 본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친형인 김덕중씨의 경우 대구출신으로 발표됐으나 많은 대구사람들은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대구사람이란데 대해선 반갑게 생각하나 사실문제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느끼지 못한 때문인 듯 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광주·전남의 경우 3명으로도 보고 4명으로도 보고 있다.
김태정 장관의 경우 부산출신이란 보도도 있고 전남으로 보도한 언론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차관급까지 합치면 대구·경북출신이 4, 5명인데 비해 광주·전남은 11, 12명이다. 전체적으로 대구·경북은 8~10%인데 광주·전남은 22~24%다.
이는 현 정부 1기 내각의 장·차관 69명 가운데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이 꼭같은 11명으로 각각 15.9%를 점했던데 비추어 대구·경북인재의 등용이 격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적재적소에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기용했다"는 정부의 인사방침 발표대로라면 대구·경북엔 광주·전남에 비해 능력과 전문성 있는 인재가 부족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연 그런 것인가.
인재부족 때문인가
이같은 인재등용의 지역비교 자체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지역감정 유발행위처벌법의 입법을 검토하면서 공직인사 등의 지역차별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취지대로라면 이같은 인사의 지역성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법이 만들어지지않더라도 정부가 공직인사의 지역차별을 않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이번과 같은 내각인사 등을 통해 실천에 옮겨야 지역갈등 문제해결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의지가 없으면서 인사의 지역 공정성을 내세운다면 인사때마다 생겨날 지역편중 시비는 보기에도 민망스러울 것이다. 보도되지 않는다고 말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기 사람위주로 정권을 맡아 국민에 책임을 지는 엽관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방함은 어떨지. 앞으로 올 정권에도 편중시비의 부담은 없을 것 아닌가.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