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상류층의 호화사치

반팔 티셔츠가 12만원, 블라우스 1벌이 80만원 안팎, 여성정장이 300만원대의 고급옷이 있다는 사실이 장관부인들의 옷뇌물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런 옷들을 일상적으로 사입는 사람들로부터 여태 그것도 몰랐느냐고 업신여김을 받을지 모르지만 실직을 했거나 쥐꼬리 봉급을 받는 서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옷뇌물사건은 독직과 관련된 범죄적 문제와 아울러 이른바 상류사회의 베일에 싸인 호화사치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 더 충격적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사이에선 "달러라곤 구경도 못해본 사람들이 외채문제에 가장 먼저 책임을 졌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해왔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소위 상류사회의 생활을 보면 그러한 서민들은 피를 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현 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노동자와 기업인, 정부가 고통분담을 하자고 설득했는데 일부 장관부인들과 재벌부인들이 이런 의상실과 고급미용실을 사랑방처럼 즐겨 이용했다

는 보도는 너무나 큰 배신감을 준다. 지난번 고위공직자집과 부잣집절도사건의 범인 김강용이 진술했던 내용도 많은 의문속에 수사가 종결되긴 했으나 상류층의 호화사치를 드러냈던 점에서 이번 옷뇌물사건과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끝내 현장검증을 거부했던 유종근 전북지사의 집내부에 대한 궁금증은 항간에 숱한 억측과 소문을 낳고 있다.

이번 사건도 의문만 남긴채 넘어갈지 몰라도 재벌과 권력층에대한 불신은 더 팽배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 국한된 재벌과 권력층의 부패와 사치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이런 자세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통분담에 동참한 200만명에 육박한 실직자들에게 사치낭비에 빠져있는 권력층과 기업인들은 이제 어떤 말로 위로를 할 것인가. 그동안 소리 높이 외쳤던 개혁은 얼마만한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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