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국민을 위한 정치개혁

오늘날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혁신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신적 긴장과 경제적 고통은 개혁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그런데 그 어느 개혁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정치개혁의 실상은 어떠한가. 권력구조 논의 우선을 이유로 정치개혁 방안 자체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야당의 직무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개혁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여당의 접근자세와 개혁안도 문제이다. 현재의 개혁논의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정도(正道)를 벗어나고 있다.

첫째, 정치권이 정치개혁의 핵심을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개혁의 목적은 한국정치의 선진화와 경쟁력 제고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당의 민주화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논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마치 선거구제가 전부인 것처럼 정치개혁을 호도하고 있다.

보스정치의 청산, 민주적 공천, 당직의 경선제 등 여야간 협상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개혁할 수 있는 정당의 민주화는 외면하고 오직 선거제도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소위'새로운 피'의 수혈도 정당이 민주화되지 않고서는 '더러워진 피'를 정화시키기 어렵고, 오히려 반개혁의 합리화에 이용될 뿐이다.

둘째, 현재의 정치개혁 논의는 우선 순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동여당은 선거구제와 관련한 단일안을 확정하였는데, 이는 DJP 합의에 의해 오는 8월까지 내각제 논의가 유보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왜냐하면 선거구제는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권력구조가 먼저 결정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구조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치개혁 논의는 선거구제 보다 정치자금법이나 국회법의 개정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지난 25일 공동여당의 지도부에 의해서 확정된 단일안 자체도 진정한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물론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골자로 하는 공동여당의 안은 야당과의 협상을 거쳐야 할 것이기에 최종안은 아니다.

그러나 이 안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본질적인 정치개혁과제, 즉 고비용 선거문화의 청산, 선거비용의 투명성 확보, 신진정치세력의 진입 등과 거리가 멀고 오히려 보스정치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반개혁적이며, 총선 승리만을 염두에 둔 대야협상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개혁 논의의 문제점들은 왜 생겨나고 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정치개혁의 특수성, 즉 개혁의 대상인 정치권이 바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기존 정치권이 제 살을 도려내는 과감한 수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하나의 환상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올바른 정치개혁을 이룩할 것인가. 결국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은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정치개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국민의 뜻을 모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활동적인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39개 시민단체들이 연합하여 '정치개혁연대회의'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선언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정치권의 대변인이 아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여야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며, 국민의 올바른 개혁의 소리를 정확히 전달하여야 한다.

나아가 언론은 공동 여당내에서 또는 여야 정당간에 논의되고 있는 정치개혁안들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내일의 국운을 개척하는데 있어서 바람직한 것인지의 여부를 철저하게 끝까지 추적, 보도함으로써 반개혁적 정치야합을 저지하는 국민의 희망이어야 한다.

변창구(효가대 교수.국제정치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