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캔자스에서 부모님과 함께 비틀즈 공연장에 갔었어요. 그때가 아마 열다섯살쯤? 너무 흥분한 관객들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공연 도중 부모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요. 아직도 그때 본 비틀즈를 잊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레코드회사를 경영하며 작곡·작사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릭. '그때 본 비틀즈'를 못 잊어 나이 50이 되도록 '부틀렉 비틀즈' 멤버로 남아 있다.
부틀렉(Bootleg:술 따위를 밀조·밀매한다는 뜻) 비틀즈는 지난 80년 영국에서 결성, 60년대를 풍미한 실제 비틀즈보다 더 장수하며 세계각지를 누비고 있는 일종의 모방 밴드. 지난 22일 공연을 위해 대구를 방문한 부틀렉 비틀즈의 멤버들은 가수로서는 이미 '환갑'을 넘긴 노장들이었다.
링고 스타보다는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를 더 닮은 릭, 작곡가 및 극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닐(존 레논 역), 영화 '슬라이딩 도어스'에 잠깐 얼굴을 비추기도 했던 기타리스트 안드레(조지 해리슨 역),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폴(폴 매카트니 역).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들이 엘비스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처럼, 비틀즈가 해체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비틀즈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어합니다" 폴이 말하는 부틀렉 비틀즈의 존재 이유다.
1999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비틀즈 열기. 그것은 '부틀렉 비틀즈'라는 이름에서가 아니라 그런 '모방 밴드'에도 기꺼이 열광하는 전세계 팬들의 존재에서 확인된다. 비틀즈란 이름의 영국밴드가 등장했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더벅머리와 정장스타일, 뾰족구두를 기억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던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이야말로 시대적 감수성을 초월하는 '비틀즈 전설'의 원동력이다.
비틀즈가 없었다면 60년대 이후 지구인들은 전기기타가 이끄는 힘찬 록 사운드의 출현을 몇년 아니, 몇십년은 더 기다려야 했을 지도 모른다. 비틀즈의 첫번째 업적은 록음악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것으로 기록된다.
비틀즈의 영향력은 한국에서도 확인된다. 비틀즈가 미국을 공습한 1964년, 국내에도 150여개의 그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한국의 록'을 태동시켰다. '비틀즈 이상으로 비틀즈를 잘 연주했다'는 평을 들으며 한국의 60년대를 풍미했던 키보이스(윤항기, 김홍탁, 차중락 등으로 구성. 자작곡은 없었다), 비틀즈를 흉내낸 음악과 의상으로 유명한 '봉봉4중창단'…. 국민가수 조용필 역시 60년대 말 '헤이 쥬드'를 부르며 미8군 야간업소를 전전했다.
비틀즈 음악의 출발점은 이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전설'에 비하면 작은 해프닝과 같은 것이었다. 미국 상륙 당시, 그들의 음악은 'I want to hold your hand'와 같은 영국풍의 프리틴 스타일(preteen:10~12세)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초기 비틀즈 스타일은 소녀취향의 단순한 가사와 역시 단순한 리듬 패턴으로 일관했다.중기 비틀즈는 더욱 더 복잡하고 상징적인 가사, 때로는 우주적인 관점을 도입한 창조적인 음악, 사회비판적 어휘, 기타 중심의 사운드를 시도하며 음악적 혁신을 이룬다.
67년 이후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로 대표되는 말기 음악은 보다 전자음악에 가까워지고 신비주의적 암시를 띠며 기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다.
30년도 더 된 비틀즈의 음악이 오늘날 전혀 구닥다리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4명의 멤버가 보여준 음악적 혜안 때문이다. 존 레논이 한 미국 청소년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틀즈는 예수보다 유명하다'는 건방진(?)말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것이나 폴 매카트니가 "20세기 사람들이 바흐를 듣는 것처럼 21세기 사람들은 비틀즈를 듣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을 상기해보자. 바로 지금 이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빈번히 방송되고 있는 노래는 'Yesterday'이니까.
〈申靑植기자〉
---비틀즈 연보
△1956년 존 레논이 'The Quarrymen' 결성.
△1957년 Quarrymen의 한 멤버가 존을 폴 매카트니에게 소개.
△1958년 폴의 학교 친구 조지 해리슨이 Quarrymen에 영입.
△1960년 드러머 피트 베스트가 가세. 밴드 이름을 비틀즈로 정하고 EMI와 계약.
△1962년 피트를 링고 스타로 대체하고 데뷔 싱글 'Love me do' 발매.
△1964년 세계시장 데뷔 한해만에 무려 6매의 앨범을 발표하고 6연속 골든 앨범과 4곡의 골든 싱글 기록.
△1967년 '대중음악사상 최고의 작품', '최초의 컨셉트 앨범', '60년대를 상징하는 문화유산' 등 수많은 수식어를 남긴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발표.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 사망.
△1969년 존 레논, 오노 요코와 결혼.
△1971년 비틀즈 해체. 이때까지 비틀즈는 총 20곡을 싱글 1위에, 총 19매의 앨범 중 4, 5, 7, 16, 18집을 제외한 앨범 14장을 앨범차트 1위에 올리는 기록을 작성
△1980년 존 레논 피살.
△1997년 'Free as a bird'와 'Anthology' 시리즈로 그래미 3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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