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고관부인-백지쿠폰

'못입어 잘난 놈 없고 잘입어 못난놈 없다'고 한다.

수백만원짜리 옷을 몸에다 휘감고 다녔던 장관, 국회의원·재벌들 안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들 만큼은 길거리를 다니는 보통사람들보다 잘 났다고 생각할 거다.

그러나 사진에 나타난 그들의 외양은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마누라들보다 특별히 빼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매끄럽게 보이기는 할뿐. 이런 판에 법무장관 부인이 2천400만원짜리 밍크반코트를 팔에 걸치고 갔으면 어떻고 입고 갔으면 어떤가. 또 중·고등학생들처럼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다녔으면 어떤가. 과시 그자체만으로 목적은 달성된 것-.

정치인·고위관리들의 부인에게 바치는 뇌물성 쿠폰이란 게 세상에 알려졌다. 금액표시없이 품목과 수량만 기재되는 이 쿠폰은 사실상의 백지수표나 진배없다.

서울 강남의 수입의류점에서 수백만원짜리 쿠폰이 다반사로 끊겨 나간다니 이러고도 정부는 무슨 수로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인지 알 재간이 없다.

이른바 '사모님'들의 정신 나간 탈선행태가 여기서만 그친다면 또 체념할 수 있다. 그러나 회원제 클럽식당에서 점심식사 한번에 수십만원씩 지불한다는 어느 신문보도를 접하면 정말 의인(義人) 단 몇명이 없어 멸망한 소돔·고모라가 연상된다.

서울 강남의 패션거리에서 실컷 호사를 떨고 배고파 찾는 곳은 한정식 1인분에 5만4천원짜리 집. 예약부엔 장관급 안사람과 법조계인사 등등이 적혀 있다니 과연 우리가 함께 숨쉬고 있는 이곳이 한국인지 분간이 안된다.

가증스러운 것은 이들 모임이름은 봉사란 명색이다. 이들이 불행한 사람을 모아놓고 즐겼음직했던 가학성 자기만족, 대리만족 등등은 형태를 달리한 죄악에 다름아니다. 서민들은 먹지도 못하는 제사에 절만 죽도록 하고 있지 않는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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