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로비-김대통령 민심 조기수습 구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옷 로비' 의혹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도덕성 회복'이라는 화두를 내놓았다.

이는 한나라당이 현 정부의 도덕성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기 위한 소재로 '옷 로비' 의혹 사건을 적극 활용하는데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여기에는 일부 여권 인사들이 '개혁정부'에 대해 제대로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채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렇다고 현정부의 개혁작업이 주춤거려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 국민이 IMF국난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 때 일부 장관부인들의 이중적 행태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만큼, 차제에 국정을 이끄는 집권세력의 도덕성을 재점검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1일 러시아와 몽골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저녁 청와대에서 김종필(金鍾泌) 총리와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 등 여권 수뇌부와 만찬을 함께 한 것도 이런 구상을 밝히고, '옷 로비'의혹 사건의 조기 수습을 위한 종합적인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1단계로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고,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처리하고,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거취 문제도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단계로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국정쇄신책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공직기강을 포함한 여권내 기강 확립 작업이 심도있게 진행되면서 공직자와 그 부인들의 올바른 처신이 요구되고, '제2 사정' 작업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특별히 '제2 사정'이라고 하기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상적인 사정 작업이 훨씬 엄격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사정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김 대통령이 외국순방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경제를 중심으로 개혁의 폭과 속도를 한 단계씩 높여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재벌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 개혁드라이브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여권 핵심부의 국정운영 자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옷 로비' 의혹 사건 대처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민회의,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내 위기관리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여권내에서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 등과 동교동계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오고, 그것을 통해 여권이 더욱 무기력해졌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김 대통령이 고단위 기강확립책을 제시하는 한편, 국정운영 시스템과 당정 체제를 새롭게 조정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의 일부 참모진에서는 여권이 위기 국면을 맞았을 때 단결된 모습으로 그것을 돌파하기는커녕, 서로 다른 목소리로 권력다툼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