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상당히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 이후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의 복원, 코소보 사태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으로 야기된 대미(對美) 경계의 필요성, 한반도 정세, 북한 내부사정, 북한의 개혁.개방 등이 주요 의제였다.
김 위원장은 3일 오후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필두로 4일 상오 주룽지(朱鎔基) 총리, 하오에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 등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 3명과 연속 회담을 가졌다.
이 3차례의 회담에서 북-중 지도자들은 김 위원장 일행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간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기로 합의, 지난 92년의 한-중 수교 등 내외 여건 변화로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를 사실상 복원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이 마지막 방중한 91년 11월 이후 중국을 찾은 최고위급 북한 지도자이고 북한 국가대표단의 이번 방문은 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최초의 고위급 교류로 기록돼 앞으로 김정일과 장 주석의 상호방문 길을 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당초 외무상 백남순을 5월 하순 베이징(北京)에 파견, 중국측과 고위 지도자 방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이를 바꿔 김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가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북한이 미국 주도 나토의 유고연방 폭격을 강건너 불로만 보지 않고 자신들도 유고연방처럼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나머지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그에 대비하려는 의도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체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북한측은 주한 미군문제, 한-미 군사훈련, 미-일 방위협력 강화 등 한반도 및 주변 정세를 설명, 자신들의 입장에 대한 중국측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장 주석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중국의 한반도 문제 처리 근본원칙을 상기시키고 남북 관계개선은 물론 북한의 대미.대일 관계개선과 최종적인 관계정상화를 지지한다고 밝혀 북한에 대해 그 방향으로 나가도록 권유했다.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이와 함께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도 북한측에 전달했다.
북한 국내사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재의 경제난과 식량난 실태, 일련의 곤란 극복과 발전회복 전략 등을 소개하고 중국의 에너지 및 식량 지원을 요청, 선물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주 총리는 4일 오전 회담에서 북한 국내의 실제상황을 고려해 올해 15만t의 식량과 40만t의 코크스를 무상 원조하겠다고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중국의 경제원조를 높이 평가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북한 대표단에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제부문 책임자들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3명의 중국 최고위 지도자를 비롯한 중국측으로부터 완곡한 방법으로 개혁.개방을 권유받은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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