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외교서 왕실·백성 생활상까지

흔히 사료(史料)는 역사의 거울이라고 한다. 기록을 토대로 옛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복원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500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은 대표적 사료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실록이 당시 정책을 간략하게 서술한 기록인데 반해 조선왕조실록은 왕조의 정치적 정책결정과 외교사, 왕실의 생활사는 물론 백성들의 생활상, 천문기상현상 등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한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사료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조선왕조실록은 전공자나 연구자 등 일부만 접할 수 있었던 역사서였다. 한문본 1천893권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번역한 국역본(총 413권)이 나와 있고 CD롬으로 실록 내용을 검색해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일반 독자들과의 거리는 멀다. 다행히 이를 대중앞으로 끌어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TV 역사다큐멘터리로 인해 요즘은 누구나 주요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KBS 교양제작팀이 방송전파로 내보낸 'TV조선왕조실록'을 엮어 펴낸 '책으로 보는 TV조선왕조실록'(가람기획 펴냄). 단행본으로 출간된 'TV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추가·보완해 모두 3권으로 나눠 재출간했다. 일종의 '도서 리콜제'인 셈. 이 시리즈는 총 50회분의 방영물을 재정리해 엮은 것으로 우선 1차로 나온 '사치하는 자는 장 100대에 처하라' '전하! 뜻을 거두어 주소서' 등 2권에 각 16회분의 내용을 담았다. 나머지 18회분의 방송은 제3권에 담아 곧 펴낼 계획.

태조에서 성종때까지의 내용을 정리한 1권에는 국호를 조선으로 한 까닭에서부터 개국 프로젝트 1호인 종묘, 킹 메이커로 불리는 정도전의 사후 이력서, 조선시대의 인사청탁금지법, 세종때 실시된 최초의 여론조사 등이 연표와 함께 정리돼 있다. 2권에는 연산군의 다섯가지 폭정과 조선의 금서였던 '설공찬전', 조선 최초로 해외파병한 광해군, 소빙하기를 겪은 17세기 조선, 장희빈이 사약을 받은 진짜 이유 등 연산군에서 숙종때까지의 각종 정책결정과 사건, 현상을 흥미로운 내용으로 담고 있다.

중고교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역사물인 '책으로 보는 TV조선왕조실록'은 실록을 시대순으로 짚어가면서도 재미있는 주제를 선정해 인터뷰와 리포트, 증언, 역사청문회 등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책의 단점을 극복해 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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