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계의 '패륜아' 단기성 투기자본에 대한 각국의 규제책 마련이 잇따르고 있다. 페루나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은 투기자본 유출입시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홍콩 등 동남아권 일부 국가들은 주식시장에서 투기자본 관련 펀드의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국제사회에서 미치는 힘은 여전히 미미하다.
때문에 지난달 열린 '대구라운드 워크숍'에서 주창된 국제적 NGO(비정부기구)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한 것이다. 각국의 금융위기 속에도 투기자본은 여전히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며 자본의 빗장을 열지 않으면 경제발전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근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기자본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수개월간 도쿄 주식시장에서 달러자본에 의한 주가조작 사례를 포착했다는 것. 국제금융시장에서 투기자본의 폐해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에 공식 항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아시아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떠도는 단기성 투기자본과 자본자유화를 강요하는 미국식 글로벌자본주의에서 비롯됐다"며 "무비판적인 자본자유화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들은 자유시장 원리를 해쳤다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자국 통화와 증시 보호를 위해 정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설이 나돌던 지난해 홍콩 당국은 100억달러를 들여 헤지펀드와의 전면전을 벌였으며, 이른바 '큰손'들의 주식선물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비슷한 시기 대만 당국 역시 증권투자자, 컨설팅업체에 대해 조지 소로스가 관리하는 펀드를 판매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페루와 칠레는 투기자본에 대해 일정기간 국내은행 예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본이탈로 고심하는 브라질 역시 투기자본 규제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 외환 보유액은 지난해 8월 760억달러이던 것이 올초 270억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2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은 미국식 자본 세계화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 쏟아진 자리였다. '카지노 자본주의'로 불리는 현 금융시장에 대해 개도국 참석자들은 "자본 유출입이 통제되지 않으면 개도국들은 피폐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슈뢰더 독일 총리도 "투기자본이 세계 경제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국제금융시장 통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개도국의 주장에 동조했다.
다행스럽게 오는 18일 독일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회담에서 단기성 투기자본을 일시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합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개도국에 대한 예외적 조치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2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등 서방자본국들은 '헤지펀드만이 희생양이 되어선 안될 것'이라며 투기자본 규제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대구라운드는 일부 개도국의 시장개입 정책을 통해 투기자본 규제가 실현될 수 없다고 본다. 현 브레튼우즈 체제 개혁만이 진정한 세계금융질서 재편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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