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같은 별들도 인간처럼 태어나고 성장하며 죽음을 맞는다. 별들에게는 빈곤의 격차나 계급, 능력의 차별 따위는 없다. 다만 태어날 당시 얼마나 큰 덩치(질량)를 지녔느냐가 앞으로 얼마나 화려한 일생을 살아갈 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천문학자들은 여러 세대에 걸친 별의 일생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희귀한 사진을 공개했다. NGC 3603으로 명명된 거대한 성운을 담은 이 사진은 지난 3월 5일 허블망원경에 장착된 광각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것. 우리은하 내에 위치한 이 성운은 지구로부터 2만광년 떨어져 있으며, 우리은하 중심에서 2만6천광년 정도 떨어진 나선팔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성생(星生)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사진에는 별로 성장하기 직전의 성간매질, 갓 태어난 풋내기 별들이 모여있는 성단, 초신성으로의 화려한 종말을 목전에 둔 청색 초거성 등이 담겨있다. 단 1장으로 별의 전생애를 보여주는 최초의 사진인 셈.
태양도 앞으로 65억년 뒤엔 노년기에 접어든다. 에너지원인 수소가 고갈되면 중심부를 둘러싼 껍데기층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적색 거성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78억년 뒤엔 수성을 삼킬 정도로 커지며, 지구의 표면온도는 750℃에 이른다. 이후 중심부 온도가 1억℃에 이르면 헬륨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잠시 주춤한 상태를 거쳐 다시 팽창을 가속화한다.
이때 크기는 지구 공전궤도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질량의 40% 정도를 잃는 바람에 중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지구 역시 현재 공전궤도보다 2배 가량 먼 거리로 밀려난다. 밝기는 현재의 5천배 정도. 좀더 시간이 흐르면 헬륨마저 소진돼 태양은 엄청난 중력수축을 겪게 된다.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하는 태양은 헬륨 이후의 핵융합을 일으킬 만한 능력이 없다.
따라서 중심부가 탄소와 산소로 이뤄진 백색왜성 단계로 접어든다. 이때 내부 열에너지를 방출해 빛을 내는데 이마저 모두 소진하면 결국 태양은 기나긴 생애를 쓸쓸한 왜성으로 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기 직전 별의 질량이 태양의 1·4배 이상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핵융합이 헬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돼 내부에 철과 같은 중원소들이 모인다. 중심부 질량이 커진 만큼 중력도 강해져 주위의 가벼운 물질을 중심부로 빨아들이는 중력수축이 발생한다. 이 속도가 워낙 빨라 충격파가 발생하는데 그 결과 별의 바깥층은 마치 거대한 폭발에 의한 것처럼 우주공간으로 흩뿌려진다. 이것이 초신성 폭발이다.
한편 중심에 남아있던 원자들은 급격한 수축으로 인해 원자들끼리 뭉치게 되며 결국 원자핵과 전자가 결합되는 중성자별로 탄생한다. 그러나 안정된 상태의 중성자별로 남는 혜택을 누리는 별은 태양 질량의 3배 이하의 중량급 뿐이다. 중심핵이 더 무거울 경우 마침내 별전체 한없이 수축하는 이른바 '중력붕괴'가 발생하고 이는 곧 블랙홀로 이어진다. 중력붕괴로 물질만 없어졌을 뿐 질량은 남아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가공할 중력도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2개의 보라빛 가스형태의 기둥을 포함한 거대한 가스구름. 별들이 생성되는 부분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이는 주위의 거대한 별들에서 불어나오는 강력한 자외선 등이 성간물질을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사진의 오른쪽 윗부분에 있는 작은 검은 구체들은 별들의 인큐베이터쯤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좀더 성장하면 현재 태양계처럼 장차 행성을 거느리는 하나의 계를 형성하게 된다. 가스구름 약간 아래쪽에 노랗게 빛나는 부분이 바로 태양계와 같은 형태로 성장하게 될 부분. 이들의 크기는 8천960억km에서 2조7천200억km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행성을 거느리게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 물질들이 수십만년 이내에 모두 이온화돼 흩어져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심부에 어린 별들이 밀집돼 있는 곳의 경우 최소한 12개 이상의 덩치 큰 별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O3'라 불리는 별도 있는데 이는 우리 태양 질량의 120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금껏 알려진 최고 중량의 별이다. 실제로 우리 눈에 관측되는 것은 덩치가 커서 밝기가 밝은 별들 뿐이며, 눈에 띄지 않지만 질량이 작은 별들도 수만개 이상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성단의 왼쪽 약간 위에는 청색 초거성이 위치해 있다. 이름은 Sher 25. 짧은 시간이나마 별로서는 가장 화려한 종말인 초신성 단계로 옮겨가지 직전 별이다. 직전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별들의 시간일 뿐 인간의 시간으로는 최소한 수천년은 지나야 일어날 일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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