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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희 리스트' 실체 의혹증폭

농협비리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원철희(元喆喜) 전농협중앙회장이 재임시절 조성한 비자금을 정.관계 인사 150여명에게 살포한 것으로 밝혀져 '원철희 리스트'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원철희 리스트'는 원씨가 지난 9일 첫 공판에서 정치권 자금제공 사실을 간접 시사한데 이어 측근에게 "여당 중진 K의원과 K장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실체'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원씨가 비자금을 정치인등 150여명에게 살포한 것으로 수사과정에서 드러났으나 액수가 미미한데다 구체적인 이름이 거명되지 않아 수사를 진행시키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액수가 크거나 일상적인 후원금이 아닌 '청탁'이 개입된 대가성 자금이라는 정황이 나올 경우 언제라도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원씨 비자금의 총액은 회장 재직기간인 94년부터 지난 2월까지 조성한 4억9천700만원에 계열사인 농민신문를 통해 만든 1억1천400만원을 합하면 모두 6억1천100만원 규모.

원씨의 재직 기간을 감안할 때 비자금의 '타깃'이 된 정치권 인사는 여야 구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자금 살포 대상은 정치인, 관계인사, 의원 보좌관등 150여명이며 구체적인 액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강원지사 후보였던 한호선(韓灝鮮)전농협회장에게 건넨 1천만원을 제외하곤 최고 600만원, 보통 100만~20만원 수준이다.공식적인 의원후원회비나 대가성 없는 '촌지'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원씨는 법정에서 "축의금과 부의금, 명절 선물값 규모만 해도 엄청나 회장에게 나오는 기밀비만으로는 부족해 비자금을 썼다"고 진술, 비자금 전액이 정.관계 로비로 사용되지는 않았음을 암시했다.

사용처를 수사할 가치가 없어 덮었다는 검찰의 판단은 이같은 맥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대목은 원씨가 공판과정에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농협에 도움되는 공공목적'을 전제로 내세운 뒤 "의원 후원회비는 영수증 처리가 안돼 변칙처리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공식 후원회비의 경우 영수증 처리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수증 처리가 어렵고 덩어리도 큰 음성적인 자금 제공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또 원씨와 주변의 정치자금 제공 발언이 개인적인 명예회복 차원이 아닌 '고가옷 로비의혹'에 이어 '파업유도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틈을 비집고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원철희 리스트'가 또다른 '태풍'을 몰고 올지 아니면 단지 '공갈포'에 그칠지는 오는 23일 2차 공판에 예정된 변호인 반대신문을 포함한 향후 공판과정에서의 원씨의 '입'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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