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나홀로 대통령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는 민주주의 그 자체를 최선으로 쳐서는 곤란하다. 그보다 민주주의는 최선을 구하는 방법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일것이다.

그때문에 내가 아니면 곤란하고 내가 최선이라는 사람은 일단 민주주의 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만약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내가 최선'이라고 우길 때 그 나라는 이미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것은 당연하다. 자승지벽(自勝之癖)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최선이라는 뜻이다. 조선조의 격심했던 당쟁의 화근도 따지고 보면 격렬했던 문장에 나타난 글귀에도 있지만 이 말을 바탕에 깐 당시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귀착점은 언제나 참살과 투옥 삭탈관직 등 처참한 몰골로 역사에 남아 있음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급서로 제33대 미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내가 최선'이라는 말 대신에 '내가 적임자'라는 당찬 자세로 전쟁에 임해 결국 승전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트루먼은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날 때 일반시민들과 함께 야간열차를 탔으며 애치슨국무장관에게 이사비용을 빌릴만큼 가난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지난 10일 저녁 열린 청와대만찬에서 대통령 혼자서만 70분 동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날 만찬이 열린 이유는 뻔했을게다. 참석자 대다수는 민심 추스르는 뾰쪽수를 저마다 가슴에 넣어 갔을테지만 정작 대통령은 찬스를 주지 않았다. 듣기를 거부하고 나홀로 말씀만 들려주고 말았다. 최선의 말씀만….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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