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나 자라나는 세대에게 민족적 긍지와 정기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대단히 고민스런 질문이다. 망설이다가 필자는 '근·현대사까지 포함하는 역사박물관건립이나 전시공간의 확보'라고 답한다.

90년대에 들면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여러 박물관들이 세워지고, 전국 단위만이 아니라 시·군 단위의 박물관도 나타났다. 그런데 대다수가 고미술품이나 민속자료 전시에 치우쳐 있다. 물론 그러한 문화재가 전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한결같이 그러한 문화재만 전시해서는 곤란하다.

어느 박물관이든지 한말이나 일제침략기의 상황을 보여주는 공간이 별로 없다. 그러니 지역마다 외세에 저항하면서 민족문화를 지켜나간 의지, 또 그를 방해한 친일문제 등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새 세대에게 민족 정통성을 가르쳐야 한다거나, 친일문제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크게 주장한다. 무엇을 보여주고, 가르치고, 또 배우라는 말인지.

이렇게 된 데에는 근·현대사 연구가 다른 시기에 비해 다소 뒤처진 사실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분단시대라는 상황의 한계도 작용하였다. 여기에다가 박물관이라면 고미술품이나 민속자료를 전시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도 걸림돌이 된 것 같다.

오늘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과연 박물관에 전시될 수 없는 것일까? 민족문제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분야일텐데. 근대사나 현대사 분야 전시는 무슨 기념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념관도 박물관의 하나이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각 지역별로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좋은 소재가 많다. 의병과 계몽운동, 경부선과 신작로 개설, 국채보상운동, 서문시장의 3·1시위, 친일파들의 작태, 6·25전쟁기의 지역상황, 사라호 태풍과 전염병의 피해, 4·19혁명을 열어간 2·28의거, 도시의 변화 등. 이런 것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수집하고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보여줄 만한 전시공간이 생겨나길 바란다.

〈안동대교수·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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