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연평도 부근 해역에서 북한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부상한 유중삼(21)하사 등 7명은 이날 밤 기자와 만나 교전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은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정리한 당시 전황.
▲교전 직전='참수리호'라고 불리는 325호 고속정에서 탄약 지원을 맡고 있는 유하사는 9일째 계속된 북한의 영해침범으로 이날도 두시간 정도 새우잠을 잔 뒤 근무에 나섰다.
충혈된 눈안으로 희뿌연 안개가 낀 예의 연평도 앞바다가 들어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오전 7시를 조금 넘기자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오는 모습이 육안에 잡히더니 한시간 가량 지나자 북한 경비정 5척이 차례로 출현했다. 연평도 앞바다는 다시 일촉 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참수리호 정장은 대원들에게 "적들이 NLL을 넘어 올 경우 충돌작전을 통해 남하를 막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먼저 발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북 경비정들이 NLL을 넘어 차례로 남하하자 참수리호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아군 고속정 20여척과 함께 물살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이때가 오전 9시7분께.
유하사의 눈에 우리 함대를 향해 함포를 겨누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굳은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참수리호를 비롯한 아군 함정이 '밀어내기'를 위해 북 경비정의 함미를 향해 쏜살같이 돌진하자 북 경비정은 우리 고속정을 '박치기식' 공격으로 맞받아치기 위해 덤벼들었다.
이때문에 해상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쫓고 쫓기는 해상질주가 시작됐다.
이어 9시20분께 마침내 아군 고속정이 북한 어뢰정 후미를 향해 돌진, 충돌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충격으로 북한군인들이 갑판위에 쓰러지고 몇몇은 바다로 떨어지는 것이 목격됐다.
▲교전=그러나 아군 고속정이 북 어뢰정 사이에 끼여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이 북 경비정이 '땅땅땅땅' 요란한 총격음과 함께 25㎜ 기관포에서 불을 내뿜었다.
이때가 9시25분. 북측의 선제공격이 개시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참수리호 정장은 아군 고속정을 구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적 어뢰정 측면을 향해 돌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참수리호를 보고 겁을 먹은 북 경비정들이 참수리호를 향해 기관포를 발사하며 저항했지만 참수리호는 북 어뢰정의 측면을 들이받아 휴지처럼 구겨버렸다.
북 어뢰정과 충돌한 참수리호가 빠져 나오려 하는 사이 북한군들이 참수리호를 에워싸며 집중 포격을 가했으며 이에 참수리호도 대응사격에 나섰다.
M60 기관총 사수인 서득원(24)하사는 "어뢰정과의 충돌로 갑판위로 넘어지는 순간 곧바로 적의 발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되자 참수리호 대원 29명에게 지급된 탄약이 순식간에 바닥났다.
유하사는 당초 교전을 예상치 못해 대원들에게 탄약 40발만 지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로 탄약을 지원하기 위해 갑판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순간 갑판위로 적의 포탄이 떨어졌고 파편이 유하사의 왼쪽 허벅지를 강타했다참수리호는 최대 출력으로 엔진을 가동, 3분후쯤 북 어뢰정에서 빠져나오면서 즉각 소총과 76㎜ 함포로 응사했다.
함포의 포탄 한발이 북어뢰정에 명중하면서 붉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더니 이내 북어뢰정이 검은 연기에 휩싸인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뢰정의 침몰을 확인한 참수리호는 아군 초계정 뒤로 물러났으며 그 사이 아군의 고속정은 천둥소리를 내며 적들을 향해 불꽃을 뿜었다.
교전 5분만에 전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북한군은 반파된 경비정 1척을 예인하며 북으로 퇴각했다.
▲교전 후=해상 무력충돌이 끝나자 북 어뢰정과 경비정의 불붙은 잔해들이 어지럽게 바다위로 떠다녔다.
소강상태가 이어진뒤 오전 9시35분 북의 어선과 경비정은 모두 북측 영해쪽으로 퇴각했다.
우리 해군 장병들이 한치의 땅과 바다도 내줄수 없다는 단호한 자세로 적들을 격퇴한 자랑스러움에 온몸을 짜릿하게 스치는 전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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