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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루터교 500년 구원논쟁 '종지부'

인간은 신앙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가, 아니면 신앙과 함께 선행(善行)을 실천해야 구원받는가.

가톨릭과 루터교가 이른바 의화(義化·Justification) 교리에 관해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5세기를 끌어온 기독교 신-구교간의 해묵은 논쟁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됐다.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에드워드 캐시디 추기경과 루터교 세계교회연합의 이스마엘 노코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양 교회는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에 대해 완전한 합의를 보았으며 오는 10월 31일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공식 서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화 논쟁이란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신앙만으로 구원된다'는 루터교 교리가 정면충돌하면서 빚어진 신학적 다툼이다.

1517년 가톨릭 사제였던 마르틴 루터는 '97개조의 신학명제'를 발표하면서 "의화와 구원에 필요한 것은 오직 신앙뿐이며 선행은 단지 인간의 정화와 사회에 대한 임무로서 필요하다"는 것을 핵심교리로 내세웠다.

이 교리 논쟁은 16세기 초반 양교회 결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으며 500년 가까이 서로를 단죄하고 불신하는 빌미가 됐다.

그러나 양 교회는 450년이 흐른 1967년 이 문제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고 73년 '가톨릭-루터교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공동증거'(78년), '교회 직무-주교직'(81년)등 쟁점에 관한 합의를 쌓아나갔다.

지난해 6월 가톨릭과 루터교는 의화 교리에 관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일부 유보조항에 대해 막바지 협상을 거듭하다가 이번에 최종 타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양 교회는 "공동선언문에 지시된 의화 교리를 놓고 더이상 서로를 단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공동선언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한편 "의화와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유로운 선물이며, 이는 선행을 실천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선행 속에 반영된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가톨릭과 루터교는 쟁점 가운데 하나인 '죄 사함'에 대해서도 "인간은 세례를 통해 죄를 모두 용서받지만 이후에도 죄를 짓기 때문에 끊임없이 하느님(하나님)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논쟁을 종결했다.

가톨릭 교리에는 "인간은 세례를 통해 모든 죄를 용서받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를 것이 없다"고 돼 있는 반면 루터교는 "믿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완전히 의롭지만 자신을 돌아보면 완전한 죄인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고 가르쳐왔다종교개혁의 선봉에 나서 서방교회 분열의 도화선이 됐던 루터교와 '베드로의 적자(嫡子)'임을 내세우는 가톨릭이 핵심교리에 관한 합의를 이뤄낸 것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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