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시장 논리' 앞세운 대학병원

요즘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은 외부 조경을 비롯, 겉모습을 꾸미는데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환자와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병원의 겉모습 꾸미기가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과 병행되지 않고, 단지 환자를 더많이 끌어들여 더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방편으로만 이용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법에는 간호사 2명이 환자 5명을 돌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전국 대학병원들은 평균 간호사 1명이 20여명의 환자를 간호하고 있으며, 하루 24시간중 간호사가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시간은 24분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이 마땅히 해야할 일중 상당 부분을 환자보호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대학병원들은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 부족한 인원을 무자격자와 임시직, 용역직 등 비정규직으로 대체, 현재 전체 직원의 20% 정도가 비정규직원이다. 정규직원 보다 직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원의 서비스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지역의 모대학병원이 지출한 의료사고 보상비가 재작년에 비해 700%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학병원이 경영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수익성만 따지는 시장 논리에 지배돼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병원의 구조조정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의 구조조정이다.

병원노조는 병원의 구조조정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려 실질적인 의료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 이 정 현 전국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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