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생활에서 뗄 수 없는 것은 그 영향이 너무 지대하기 때문이다. 바람에 날린 꽃가루들이 나무나 식물에 열매를 맺게 하고 민들레 씨앗은 심지어 150㎞나 먼곳까지 날아가 새로운 생명을 땅에 박는다. 바람의 힘 때문이다. 바람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은 바람의 세기나 방향에 따라 구분해 놓은 우리말이다. 바람이 없는 상태를 고요라고 한다면 실바람부터 남실, 산들, 건들, 흔들, 된바람에서 폭풍처럼 거센 바람을 센바람이라 한다. 여기서부터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이 있고 가장 센 것을 싹쓸바람이라 한다. 대구지역에서는 아직 분 적이 없지만 싹쓸바람은 허리케인에 해당된다는 것. 방향에 따라서도 아름다운 이름들이 붙어 있다. 춘향전에 나오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하는 마파람은 남풍을 말하고 북풍은 뒤바람, 샛바람은 동풍, 서풍은 하늬바람이라고 한다. 특히 어부들이 자주 접하는 북동풍은 높새바람이라는 고운 이름이 붙어 있어 정겹다. 이에 질세라 속담에도 바람을 주제로 한 것이 더러 보인다. '바람부는 날 가루 팔러 간다'는 속담도 그중 하나. 알맞은 기회를 알지 못하고 놓친 것을 빗대 하는 말이다. 물론 기회를 정확히 헤아리는게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턱없이 헤아리지 못한다면 낭패라는 뜻이다. 별 이문없이 가루만 덮어쓸게 뻔한데도 가루를 팔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성이라도 있을까. 요즘 위정자들이 새겨 볼만한 속담이다. 바람이 중요하기는 중요한가보다. 요즘들어 바람의 새로운 이름들이 많이 나온다. 세풍, 총풍, 북풍이 풍미하더니 최근에는 '신북풍'으로 난리다. 불다불다 모자라서 그런가 세상에 온갖 묘한 바람도 다 부는구먼.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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