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해사태' 美.日 걸고드는 北 속셈

서해의 남북간 대치상황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서해사태에 대한 비난대상을 미국과 일본에까지 확대하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남북간 교전이 발생했던 당시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남한당국에 '천백배의 보복타격'을 호언하며 사죄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17일부터 미국을 서해사태와 연관짓기 시작했으며 19일부터는 일본까지 비난대상에 포함시켰다.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배후이고 남한은 꼭두각시이며 일본은 가담자이다.북한은 지난 17일 남한내 방송으로 선전하고 있는 민민전방송을 통해 서해사태를 "새 북침전쟁 계획인 5027-98을 추진해온 미국이 발칸전쟁이 결속된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전투함선을 내몰아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보도 이후 18일부터 북한내 언론매체들은 서해사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20일 노동신문은 급기야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기됐다.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도 예정돼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개발과 배치 등은 주권에 속하는 문제로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수출에 한해 보상을 요구하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서해사태의 배후로 지목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상황과 관련한 책임있는당사자로 부각시킴으로써 차후 있을 수도 있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서해 사태를 "5027-98작전계획 수행의 전주곡"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유고사태를 "조선반도 유사시를 가상한 시험전쟁"이라고 말해 왔던 점에 비춰볼때 북한이 서해사태로 미국을 걸고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과 관련해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최근들어 미.일 신 방위협력지침 관련법안채택이나 히노마루.기미가요 법제화 추진 등을 거론하며 '재침야망'을 비난해 왔다. 그러나 일본을 서해사태의 가담자로 지목한 것은 눈길을 끈다.

평양방송은 19일 일본방위청이 서해교전 다음날인 16일 남한 국방부와 긴급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 것과 일본 당국자가 남북간 대치상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일본도 이번 전쟁도발 음모의 한 가담자"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일본의 한반도 긴장 유발 책임을 강조하며 향후 북.일 국교정상화 논의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양국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한편 남한내에서는 서해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데 반해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대남비난을 연일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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