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사회 새풍속도-"눈치 안보고 소신 업무"

지방자치제도가 차츰 정착되면서 일선 구·군청의 부구청장·부군수자리가 고참 공무원들의 '선망의 자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시청의 경우 민선 기초단체장들이 제 목소리를 냄에 따라 과거 상급기관으로서 호령하던 시청의 국장과 노른자위 과장자리가 요즘은 그야말로 '일만 덮어쓰는' 괴로운 자리로 전락하고 만것.

상급기관으로서 인사권도 없고 예산책정권도 예전 같지않아 오히려 본청에서 구·군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선 부구청장이나 부군수 자리로 가자"는 게 요즘 시청공무원들의 화두다.

대구시청의 경우는 부구청장·부군수 자리 다툼이 특히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현재 대구시내 8개 구·군청의 부구청장·부군수 가운데 현재 41년생 이상 고참이 6명이나 된다. 제2차 구조조정이 거의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이들중 적어도 절반이상이 자리를 비울 것으로 보여 본청 국·과장들이 자연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

부구청장·부군수는 통상 '바이스'(VICE:제2인자라는 뜻)로 불린다. 지역에서는 오직 1인하(一人下) 자리이기 때문에 운신하기도 편하다. 특히 단체장은 행정가라기 보다는 '정치인'쪽에 가까워 바이스가 하는 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사권은 기초단체장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본청에 크게 눈치볼 일도 없다. 행사 일정에 바쁜 청장·군수만 잘 모시고(?) 아랫사람 잘 도닥거리면 별 탈이 없는 자리다.

이래저래 일할 맛도 나고 일선 업무도 구석구석 익힐 수 있어 퇴직후에라도 지역민들로 부터 인사를 받는 자리다. 층층시하 본청 국장자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이스 자리도 다양하다. 인구50만이 넘는 달서구 부구청장은 2급 이사관 자리고 인구 15만이 채 안되는 중구와 달성군은 4급 서기관 자리. 나머지 5군데는 3급 부이사관 자리라 본청 과장이상이면 누구든 바이스 자리에 갈 수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것. 일선기관으로 발령나면 '좌천'이라는 옛말은 이제 '영전'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아예 "본청 계장보다는 구청 과장이, 본청 국장보다는 부구청장이 훨씬 좋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게 또 있다. 재임기간 중 지역 민심만 얻으놓으면 청장에 출마할 경우 남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 바이스 자리가 갖고있는 특별 보너스.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 낸 공직계의 새로운 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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