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6차문제

〈명분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천성이 부족한 구호에 그치게 되면……〉문제:우리 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국가적 과제를 내걸어 하나의 국가적 운동(campaign)으로 전개하고는 한다.

'새마을 운동', '바르게 살기 운동', '신한국 건설', '제2건국 운동' 등이 그것이다. 그 취지는 지금까지 잘못 진행된 역사적 흐름을 바로잡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음 제시문들을 참조하여 '명분'과 '현실'을 고려하면서 이러한 운동(campaign)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가) 공자가 태어난 시대는 도의(道義)가 땅에 떨어지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였다. 이에 공자(孔子)는 당시의 정치를 개조할 생각으로 '정명(正名)'을 주장하였다. 공자의 정치론은 신의와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다음은 논어(論語) 제13편 '자로(子路)'에서 가져온 것으로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위(衛)나라 군주께서 선생님을 맞아들여 정치를 맡기신다면, 선생님께선 제일 먼저 무엇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하고 자로(子路)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꼭 명분(名分)을 바로 세우리라 하고 다짐하듯이 말씀하셨다. 자로가 말하기를, "이러한 점에서는 선생님께서는 현실과 거리가 멀군요. 지금 그들은 왕권을 놓고 부자가 서로 목숨을 걸고 다투고 있는 판인데 어찌 그 명분을 바로 세울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제자의 말에 공자께서 탄식하듯 말씀하시기를, "명분이 바르게 서지 않으면 말이 서지 않고, 말이 서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禮)와 악(樂)이 일어나지 않고, 예와 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통하지 않고, 형벌이 통하지 않으면 백성은 손발을 놀릴 곳마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명분을 세울진대 반드시 말이 서고, 말이 설진대 반드시 시행되는 것이니, 군자는 그 말을 세움에 있어 조금도 구차함이 없어야 할 따름이니라 (나) 정치 캠페인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상징 조작이라고 한다. 나치와 일제가 벌였던 자민족우월주의나 유고 내전에서 볼 수 있는 인종 차별 정책 등과 같이 정치 권력이 만들어 내는 정치 캠페인은 비이성의 탈을 쓴 '조작'의 혐의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정치 캠페인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현대 정치론의 주요한 기법 중 하나라고 보고,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에 매달리기보다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여 그것의 작동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정당하지 못한 활용을 막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와 관련된 한 일간지의 다음 사설은 참고할 만하다. "우리는 제2건국 운동이 구시대적 가치관과 행동양식에서 뛰쳐나와 새로운 국가적 가치와 국민적 기풍을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고 있다고 본다.

…(중략)… 우리는 어떤 국민운동이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눈으로 보아왔다. …(중략)…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의 골격은 그런 면에서 과거의 부정적 그림자를 쉽게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제2건국'이란 표제가 암시하듯 국가와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을 그 개혁대상으로 삼는 데서 오는 산만성과 관(官) 주도의 개연성 때문이다. 우선 산만성은 이 운동이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하기'나 '∼안 하기' 운동 같은 교양적 캠페인으로 흐를 가능성을 말해준다.

분야별 개혁 과제가 너무 다기화되면 역량을 집결시키기 어려우며, 교양적 실천방향만으로는 국민적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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