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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신석기-김천과학대 교수 교육학)

자신의 자녀가 남보다 낫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관심사이다. 그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태교나 영아교육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최근 이러한 노력은 더 심해진 추세인데,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도록 각종 교재를 이용하여 한글, 영어, 수학에 대한 조기교육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배우게 될 과제들을 입학 전에 미리 공부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교육에는 때가 있는 것이 아닐까? 교육학에서도 특정과제를 교육하는데 적절한 특정시기가 있다는 이론과 시기에 관계없이 적절한 방법만 적용한다면 교육이 가능하다는 이론이 논쟁 중에 있다. 나는 전자의 관점을 지지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산책 중에 고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나비를 발견하고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고치의 입구를 벌려주어 나비가 보다 쉽게 고치를 벗어나도록 하였는데, 나비는 나오자마자 죽고 말았다. 스스로 고치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서 외부의 온도변화에 자신을 적응시켜야 하는데 인위적인 도움 때문에 오히려 죽고만 것이다.

혹시 조기교육을 한다고 부모가 자녀를 재촉하는 것이 고치의 입구를 인위적으로 벌려주는 일은 아닐까?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초등학교 1학년 중 10% 정도가 자기 이름 정도만 아는 상태로 입학하여 여름방학이 지나면 대부분 한글을 깨우치고, 또 조기교육을 통해 한글을 알던 학생들 중 일부는 공부에 흥미를 잃거나 부모나 교사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글교육을 미리 하는 것이 이익일까? 입학 후 한 학기 정도 한글을 익히느라 노력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세 살 때부터 1년 이상 부모와 아이가 노력하여 한글을 깨우쳤지만 후에 공부에 흥미를 잃고 의존적인 성격을 지니게 하는 것이 나을까?

무엇이 옳을지는 부모가 판단하겠지만 남이 한다고 해서 나도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지 한 번 생각해 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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