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DJ의 '민심 잡기'

김대중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발언에 이어 28일에는 중견 공무원을 상대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DJ의 '민심 사로잡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DJ는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 옷로비 사건 보고를 들을때만해도 자신의 국정방향에 자신감을 갖고 계속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후 민심 이반(離反)을 깨닫고 곧바로 방향전환, "국민은 하늘이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對)국민 설득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급선회한 DJ의 유연한 변신에 대해 '역시DJ...'라며 감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28일의 대화에서 DJ는 "일부 공무원의 비리로 전체 공무원이 매도당한 것은 내가 부덕한 탓"이라했고 "공무원 봉급을 깎을땐 밤잠 설치며 괴로워했다"고 심경을 털어놓는 등 국정책임자로서의 고충을 밝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은 개혁의 파트너이지 개혁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해 현실인식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빚어진 부정부패에는 거의 공무원이 연루되다시피 해온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이를 억지로 외면하고 공무원 '파트너론'을 새삼스럽게 제기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공무원 다독거리기라 해도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 경우 굳이 말하자면 "박봉에 성실히 살아가는 공무원은 국정파트너이지만 일부 고위직의 부패 공무원은 영원한 개혁대상"이라해야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이번 대화는 미리 질문자와 순서가 짜여져서 작위(作爲)의 냄새가 물씬 풍긴것도 흠이다. 질문자중에는 "이처럼 마음에 우러나오는 회의에서는 대통령님보다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DJ는 "집에가서 혼자 하는게 좋겠다"고 답변, 우문에 현답을 억지로 짜놓은듯해서 오히려 어색하다. 아직도 이러한 억지 홍보가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DJ측근의 홍보전략이 어쩐지 답답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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