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계 인간생존 시스템 속속 개발

우주공간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무엇일까. 외계 행성에 묻혀있는 고에너지 광물의 채굴권을 둘러싼 우주 종족간 혈투는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주된 소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같은 광물을 채굴하는 것은 아마 수십년 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현단계에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물이다. 물은 인류 생존과 직결된 자원인데다 물을 분해할 경우 발생하는 수소와 산소는 우주선의 주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최근 달궤도를 선회 중인 '루나 프로스펙터' 위성은 달에 최고 100억t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보내왔다. 태양광선이 닿지않는 극지에 얼음형태로 존재하는 물은 지금껏 추산됐던 양의 10배에 달하는 것. 과학자들은 달표면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원거리 우주여행을 위한 전진기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며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우주개발단계에서 실용화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미국내 민간 우주탐사업체인 '스페이스데브'는 2000년까지 지구 근처 운석지대에 초소형 인공위성을 보낸 뒤 2단계로 특정 운석에 위성을 착륙시켜 물을 채취할 계획. 물론 이 운석은 위성 탐사를 통해 물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라야 한다. 스페이스데브는 우주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물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일 것이라며 '물 장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부개척사의 '골드러시'가 우주개척사의 '워터러시'로 바뀌는 셈.

물이 없다면 '대용품'으로 산소도 괜찮다. 미 애리조나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스리드하 교수 연구팀은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인 화성의 대기로부터 산소를 만들어내는 '산소생산시스템'을 개발했다. 2001년 화성을 향해 출발하는 '마스 서베이서'호에 실릴 예정인 이 장치는 2002년 1월쯤 화성에 도착하게 된다.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화성 유인우주기지 개발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이처럼 우주공간 상에서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속속 개발됨에 따라 과거 영화와 소설 속에 갇혀있던 우주여행에 대한 꿈도 실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초 국내 대형 의류유통업체가 우주여행을 경품으로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여행은 단순히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 유영을 하는 정도. 미국 제그램사와 스페이스 어드벤처사는 2000년대초 1인당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를 내고 3시간 가량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정작 인류가 꿈꾸는 우주여행은 달표면을 걸어보고 화성의 황량한 대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기술적 어려움이 남아있지만 시장성은 충분한 관광상품. 세계관광기구(WTO)는 연구보고서 '관광비전 2020'을 통해 4, 5년뒤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조사에 따르면 성인 미국인 중 3분의 1이상이 5천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우주공간에서 1주일을 보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천달러짜리 우주여행 상품이 등장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현재 우주선 발사에 드는 비용은 4억~10억달러 정도. 현재 기술로는 우주선을 대기권에 진입시키는데 1파운드(453g)당 1만달러가 소요된다. 여행객이 늘수록 발사비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등장하는 것이 고효율, 저비용 추진엔진들.

그중 하나가 레이저를 이용한 '빛우주선'이다. 지구상에서 거대한 반사경을 통해 레이저를 우주선 엔진으로 쏘아올리면 레이저가 엔진속 공기에 흡수되면서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가 생기고 이것을 우주선 밖으로 뿜어내면 추진력을 얻게 된다는 것. 여행비용은 서울~뉴욕간 항공료면 충분하다고. 물론 실용성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

우주선 발사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조연료탱크나 외부로켓을 없앨 수 있는 방법들도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 로터리 로켓사는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뒤 헬리콥터처럼 지상에 착륙시킬 수 있는 로켓인 '로턴'을 공개했다. 값비싼 수소연료 대신 등유와 액화산소를 사용, 연료비를 90% 절감할 수 있다고.

붉은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화성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물 한방울 없는 달표면의 바다에서 산책을 하는 풍경이 결코 낯설지 않은 시대. 한달 뒤면 인류가 달을 밟은지 만 30년이 된다. 다시 30년이 흐르면 화성 신혼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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